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완간호

“이프를 만들면서 ‘잘난 여자’들의 책, 잘난 여자들의 글쓰기와 자기 주장이란 비난이나 냉소를 수없이 들었다. 그 여자들이 지식인 남자들에게도 ‘잘난 남자들’이라고 냉소하는지 묻고 싶다.”(박미라 전 편집장)

“이프에 대한 비난과 냉소, 원망에는 다분히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 깔려 있으며 콤플렉스의 반영이다.”(유숙렬 편집위원)

페미니즘 안팎에서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며 지난 9년간 지속돼 왔던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가 엄을순 발행인, 유숙렬 편집위원장, 제미란 편집장 겸 아트디렉터 체제의 ‘완간편집위원회’를 꾸리고 ‘완간호’를 내며 마지막을 고했다.

지금까지 어떤 논란에도 공식적인 답변이나 대응을 하지 않던 이프 편집진은 완간호 내에서 좌담 기사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털어놓았다. 그동안 만들어낸 사회적 이슈 만큼이나 조직적인 문제나 페미니스트 내에서의 갈등도 야기했던 이프가 완간을 즈음해 모든 의견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이프에 하고 싶었던 비판의 말을 서슴지 않는 영페미니스트들의 좌담도 함께 수록해 신구 페미니스트들의 입장 차를 보여줬다. 여성과 군대의 문제나 안티 아라키전 등을 다루는 기사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던 영페미니스트들의 의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것을 비판하고 사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온라인을 통한 소통에 신경쓰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또한 이프를 묵묵히 이끌어온 상근 직원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편집장이 없는 채로 잡지를 만들던 시절 등 조직 내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번 완간호는 하나의 주제를 내세웠던 기존의 이프와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동안 이프를 거쳐간 필진의 자기 고백적 성격을 담고 있는 일종의 ‘편집 후기’라고나 할까.

박미라·권혁란·정박미경 등 이프를 거쳐간 편집장들, ‘장애 여성 호호의 육아일기’를 연재한 김효진씨, 만화가 장차현실씨, 영화평론가 유채지나씨 등 필진, 이프를 안팎에서 지켜본 사람 등 원고료 없이 참여한 30여 명의 여성이 이프와의 만남과 이프가 준 삶의 변화, 이프를 떠나보내는 심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완간호 발간에 즈음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새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엄을순 발행인은 “창간 때부터 함께 했던 마니아 독자들이 떠난 상황에서 지난 2∼3년간 산소호흡기로 연명해온 상황이었다”고 고백했다.

완간호 편집위원장을 맡은 유숙렬씨는 “페미니즘이 취향이 되어버린 시대에 이프가 독자들이 원하는 페미니즘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김신명숙 편집위원은 “5년 전만 해도 과격하게 여겼던 주장이 인터넷상에서 보통 여성들에 의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계간지 형식으로는 더 이상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며 “이프도 온라인의 형식으로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잡지로서의 여성운동을 접고 사단법인으로 출발한 이프는 홈페이지(www.onlineif.com)를 새로 열고 온라인에서 여성주의 글쓰기를 계속할 예정이다. 또한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여성들 가슴속에 숨어 있는 페미니즘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여성들을 위한 축제도 계속된다.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을 계승한 축제 ‘性벽을 넘어서’를 6월 2일 홍익대 체육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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