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의 반에 지난 주 회장 선거가 있었다. 33명으로 구성된 반에서 친구들의 추천을 받은 8명의 후보를 놓고 투표가 행해졌다고 한다. 후보 중 여학생은 5명, 남학생은 3명이었다. 결과는 11표를 얻은 여학생 후보가 회장에 당선되었고, 5표를 얻은 남학생이 부회장에 당선되었다. 같은 학년 다른 반들은 어떠냐고 딸에게 물었다. 한 학년 12반 중 8개 반에서 여학생이 회장으로 당선되었다는 답을 들었다.

참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은 당연히 회장은 남학생, 부회장은 여학생이라는 등식이 있었다. 이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래 전부터 늘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었다. 가정에서도 아버지의 권위가 늘 어머니를 능가하였고, 여성의 사회활동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따라서 남성은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여성에게는 늘 보조적인 역할이 기대되었다. 오죽하면 “여자 목소리가 담장 밖을 넘으면 안 된다” 했을까? 어린 시절 ‘무슨 여자애 목소리가 그리 크냐?’며 핀잔하시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3월 초 미국에서 재미있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워싱턴포스트가 성인 남녀 1023명에게 “당신에게 어린 딸(또는 아들)이 있다면 언젠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느냐?”라고 물었다. 응답자 중 딸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비율은 47%였고, 아들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비율은 40%였다고 한다. 연령별로는 18∼34세 젊은층 중 62%가 딸이 대통령 되기를 바란 반면, 55세 이상은 3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따라서 딸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비율이 아들의 경우보다 약간 높았고, 젊은층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더 높게 나타났다.

물론 미국의 이야기이니 한국과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10대들의 놀라운 변화를 보며 딸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그저 세상이 바람직하게 변하고 있다고 흐뭇해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이유는 우리 딸들이 10년, 20년 후 한국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자로서 대통령이 되고, 장관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한국 사회와 정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야당이 여당이 되고,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아도 여전히 구태정치의 잔재가 계속되고 있는 한국 사회와 정치의 현실에서 오는 실망감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남성을 대신하여 여성이 지도자가 되고 리더가 된다는 것만으로 더 나은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진정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의 한국, 아니 더 나아가 인류사회를 원한다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미래의 잠재적 지도자인 딸들을 잘 키우는 일이다.

늘 약자와 소외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도록,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갈 수 있는 아량을 가지도록,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차별을 하지 않는 지혜를 가지도록, 분쟁과 갈등을 조정하고 함께 가는 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지도력을 가지도록,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을 때 더욱 겸허한 자세로 초심을 잃지 않는 그런 지도자가 되도록 우리의 딸들을 잘 키우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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