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교사연수과정을 수강하던 현직 교사들과 대학원생 예비 교사가 양성평등적 관점에서 교과서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학기 한국교원대학교 가정교육과 윤인경 교수의 ‘가정과 교육과정’을 수강한 가정과 교사 최영선(경남 창원여고)·정선희(인천 갈산중)씨와 박사과정 김세연씨가 그 주인공. 이들의 연구결과를 요약 정리했다.

‘남성도 육아·가사 분담’ 내용 아쉬워

최영선|경남 창원여고 교사

실과(기술·가정)는 초등학교 5∼6학년의 실과,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의 기술·가정을 포함한 국민 공통 기본 교과로 6년간 연계를 가지고 남녀 모든 학생이 이수하는 과목이다.

실과 및 기술·가정 교과서 속 사진과 삽화를 분석한 결과 초등학교에선 남녀의 비율이 거의 1대 1을 유지한 반면 중학교 기술 분야는 11대 21로 남성의 비율이 2배 정도 높게 나타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차별적인 요소를 많이 보여줬다. 특히 기술분야에서 그런 요소들이 더 많이 지적됐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통합교과를 시도한 만큼 남녀 모두에게 친화적인 내용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등장하는 인물의 직업을 보면 여성은 전체 426명 중 주부 245명, 직업인 181명인데 비해 남성은 421명이 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남성은 전문직, 기술직, 단순노무직 등 전 영역에서 종사하고 있으나 여성의 경우 가정과 예술분야로 표현돼 성별 직종분화 현상이 여전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가족생활 내에서의 성 역할, 여성이 보조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부분, 아동이 희망하는 직업에서 보여지는 성 정형성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남성의 가사노동 분담과 육아·자녀교육 참여를 유도하는 교육내용, 올바른 성역할을 습득할 수 있는 내용으로의 수정이 요구된다.

‘색시’ ‘여편네’… 곳곳에 성적비하·성차별

정선희|인천 갈산중 교사

국어 교과서는 지식 전달 외에 사물과 타인을 보는 가치관 교육도 병행하는 과목으로 학생들의 성 역할 개념에 대한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중 읽기 교과서와 중·고등학교의 소설과 희곡을 중심으로 총 163편을 분석한 결과 남성 저자가 42.4%, 여성 저자가 12.7%로 남성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남성 작가의 작품에 편중됨으로 인해 주인공에서도 남성이 77%, 여성이 23%로 남성에 치우쳤고 직업 면에서도 남성은 33가지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반면, 여성은 주부, 학생, 교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남성 중심적인 성 역할을 고착화할 우려가 있으며 학생들의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국어 교육은 ‘언어의 교육’이라 불리는 만큼 교과서 속 언어는 학생들의 일상 언어에 그대로 반영된다. 분석 결과 ‘색시, 여편네, 과부 딸, 아녀자’ 등 여성에 대한 성 차별어나 ‘열 아들 안 부럽다니까’ ‘여편네가 요망스럽게’ 등과 같은 성적 비하발언이 등장했다. 이와 같은 성 차별적인 부분들은 교과서 속 문학작품의 저자 대다수가 남성 작가들인 데서 유래한 것. 따라서 우수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저자의 성형평성을 맞추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등장인물 대부분 남성…여성위인 10% 미만

김세연|한국교원대 가정교육과 박사과정

도덕 교과서의 경우 지식보다 인성 함양을 목표로 한 만큼 어느 것보다 양성평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과목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의 모습이 교과서에 반영되고 다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도덕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자주 등장하거나 비중 있는 인물은 주로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 사람이 등장하는 사진 및 삽화 총 1358건 중 남성만 등장한 것은 33%, 여성만 등장한 것은 16%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직업과 관련된 부분에서 이러한 성차별은 더욱 심해진다. 직업과 관련된 사진 및 삽화 총 271건 중 남성은 81%, 여성은 19%를 차지했다. 직업의 종류에서도 남성은 의사, 정치인 등 고소득의 높은 지위가 많은 반면 여성은 간호사, 은행원 등 서비스직과 주부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교과서에 등장하는 위인의 수를 보면 총 70명 중 남성이 64명, 여성은 6명으로 여성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낮은 비율을 보여 심각한 성적 불균형을 나타냈다. 앞으로 교육과정에서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한 여성 위인들을 적극적으로 발굴·반영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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