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신기술들은 놀라울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이를 기반으로 한 융합기술은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에 본지는 생활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생체인식, 약물전달시스템, DNA 컴퓨터 등 융합기술들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을 마련한다.

그동안 주민증의 모델로 수고해 주신 홍길동 님의 딸 홍길순 님을 새로운 모델로 내건 ‘전자 신분증’ 견본이 최근 선보여졌다. 전자 신분증이란 이름, 주소 등 개인의 신상 정보를 전자 칩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신분증이 가진 정보를 보다 안전한 매체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지문, 홍채, 정맥 등 생체 정보가 저장돼 있다는 점에서 ‘생체신분증’이라고도 불린다.

전자 신분증은 크게 한 나라의 국가 신분증인 전자 주민증과 전자 여권·비자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전자신분증은 그 동안 불편을 초래했던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등 서류발급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또 출입국 절차, 건강보험 자격 확인, 경로우대 확인 등도 훨씬 간편해질 수 있다. 특히 신분증이 다목적 전자카드로 발급될 때에는 주민증, 여권, 운전면허증, 현금카드, 교통카드, 건강카드를 하나의 카드로 통합할 수 있는 장점 또한 지니고 있다.

전자카드는 현 주민증의 위·변조, 도난, 불법 사용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고 국가적으로 위법자를 가려낼 수 있는 국가 보안 차원에서의 효율성이 증대된다. 반면 자기정보 통제권 등을 포함하는 개인 정보보호법, 프라이버시 보호법 등 관련 근거법률의 부재와 국가 간 상호 연동 가능한 운영성 등이 확보되지 않은 현 실정에서는 정보 접근권 부여에 따른 대국민 감시시스템으로 사용 가능성, 시스템 내부 공모자에 의한 정보유출 가능성, 전자시스템 유지 보수 관리 문제 및 비용 등 그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 호주, 대만 등에서는 의무적으로 가축이나 애완동물에게 체내 삽입형 전자 칩의 시술을 권고하고 있다. 이 전자 칩에는 동물의 주인과 주치의, 주소, 생년월일 등의 정보가 담겨 있으며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해 스캐너로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유기 동물의 신원 확인 장치로 사용되며 헤어진 보호자의 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포획·관리하는 비용을 줄이는 등 이점을 가지고 있어 점차 그 용도가 확대되는 추세다.

전자 칩 형태의 전자신분증이 ‘인체에 넣고 빼는 것이 수월치 않기에 휴대용 전자주민증보다 더 직접적으로 시민생활을 간섭할지도 모르며, 이동을 제어하기 힘든 마이크로 칩이 인체 내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여러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미국 일부 지역에선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치매환자와 같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칩 생체이식을 적용하고 있다.

필자는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석사, 독일 Clausthal 공과대학에서 박사(물리화학) 취득 후 Max-Planck 고분자 연구소·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고속 광물성제어연구단 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생체센서연구팀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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