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에서 매년 1월과 2월은 그 해의 업무계획을 확정하고 이를 국민에게 홍보하는 기간이다. 여성가족부도 2월 중순까지 그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일부 계획에서 관련 부처와의 합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여성가족부가 그동안 남녀평등이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선을 설파하는 이념형 기관에서 정책 대상의 요구를 직접 충족시켜주는 집행형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여성정책을 외부에 소개할 때 그것의 전복적 성격을 강조했었다. 한마디로 기존 정책들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다시 분석하여 남녀 평등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치고 나가는 것’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그 치고 나가는 데 부처 간 합의란 불가능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 남녀 평등이란 당위 가치를 무기로 기존 가치를 유지하고자 저항하는 부처를 설득하면서 정책을 추진했었다. 정부위원회 여성 참여율이 40%대로 높아진 것이나 각 부처에 5급 이상 여성 관리직이 급격히 확대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로 업무 영역이 확대되어 보육과 가족부문에서 많은 예산을 집행하게 되면서 관련 부처의 합의가 없는 정책이나 소관 법률에 정해진 정책이 아닌 주제는 점점 거론하기 어렵게 돼가고 있다. 이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 내에서 여성가족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이념형에서 집행형으로 변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 그 변화가 완전한 것은 아니며, 또한 완전히 변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지난 2월 20일 개최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의 정책 대상이 누구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05년 업무평가 결과 여성가족부의 정책만족도는 상당히 높은데 비해 일반 민원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객만족도는 낮은 이유를 질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여성가족부에 제기되는 민원은 법적 근거를 갖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과, 타 행정기관 소관의 처분행위에 대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구제를 요청하는 민원 등 두 가지 성격으로 나눌 수 있다.

후자에 속하는 민원인들은 아직도 여성가족부가 남녀 평등 이념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문제에 좀 더 깊이 개입해 주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권한이 없는 사안은 해당 기관에 이첩하여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민원인들이 다른 기관보다 여성가족부의 거부에 더 크게 실망하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비록 법적 제약 때문에 이런 여성들의 민원을 직접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여성가족부는 그런 여성들의 기대를 수렴하여 성인지적 관점에서 기존 정책과 처분들에 문제가 없는지 탐색하고 대안을 ‘치고 나가는’ 노력을 그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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