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파워, 건설현장도 예외 아닐 것"

“건설업계에서 가장 깨끗한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신세계건설”이라고 자부하는 노태욱(55) 대표는 윤리·내실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룬 최고경영자(CEO)다. 지난해에는 한국공정거래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 자율준수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데다 최근 요동치는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주가를 유지하면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노 대표는 “사회 전 분야에 여성인력이 증가하는데 건설분야라고 못할 바 없다”는 소신으로 지난 임기 3년 동안 “의도적으로” 여성 채용을 늘려왔다. 회사 설립부터 2002년까지 이 회사의 전체 여성 직원은 31명에 불과했지만 노 대표 재임 3년 동안 여성 직원은 29명이나 더 늘어 거의 100% 이상 증가했으며, 회사 설립 이후 첫 여성 대리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들이 건설분야에도 적극 도전하면 머지않아 건설현장에서 여성들의 모습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 젊은 여성인재 채용을 늘린 이유가 무엇인가.

“회사가 설립된 지 7년밖에 되지 않아 사내에서 키운 여성인재는 적다. 하지만 신입직원을 늘려가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체 직원 380여 명 중 여성은 60명에 불과하다. 현재 대리급 사원이 4명 정도 있는데 이들이 조만간 과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신입 여성들은 현장근무를 자처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매우 희망적이다.”

- 최근 경쟁력 있는 기업의 조건으로 ‘윤리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이유를 설명해달라.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소득정도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투명성과 정직성이다.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다. 지난 3년간 회사 매출을 250% 이상 성장시켰다. 이는 바로 윤리경영의 성과다. 윤리경영은 직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사기를 올려준다. 이는 곧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난다.”

- 많은 기업이 윤리경영을 표방하지만 쉽지 않다.

“구호만으로 윤리경영이 되진 않는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항목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체크해나가야 한다. 직원들에게는 가혹하리만큼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매번 거래처에 익명으로 투명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동시에 직원들이 ‘양심과 소신’을 지킬 수 있도록 거래처와 만날 때 드는 비용을 회사가 지원한다.”

- ‘신나는 일터’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공 노하우를 밝혀달라.

“직장생활이 즐겁고 보람있어야 성취감을 느끼고 회사가 발전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하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달 직급과 상관없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도시락 미팅’을 가졌다. 교통비 지급부터 업무에 대한 불만까지 일단 듣고 타당한 사항은 바로 시정한다. 대화의 문을 여니 일 처리도 빨라지고 직원들 기도 산다.”

- 성남시장 출마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 물밑 여론조사 결과 지역 지지도도 상당하다는데.

“아직 공천 확정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30년간 쌓아온 경영능력을 이제 행정가로서 발휘하고 싶다. 기업인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창의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인의 요건이 이제 행정가에게도 필요하다.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에 걱정도 있지만 기대도 크다.”

- 저출산 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여성인력 활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에서도 담당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여성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것에는 이미 한계가 있다. 결국 여성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며 이를 위해 여성의 육아부담은 사회가 함께 져야 한다. 지자체의 경우 지역의 산업단지(밀집지역)에 우선적으로 탁아소 등을 건설해야 한다. 중앙의 예산지원만 보지 말고 직접 재원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 공헌이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민간 기업의 자본을 유치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 그렇다면 지역의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산업시설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서울 외 지역의 경우 일단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드물다. 기업 지원과 여성인력 활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은 바로 여성인력 고용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판교지역의 경우 벤처단지가 조성되니 이런 제도를 시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여성인력의 활용에서 주부의 사회적 참여 부분은 배제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전업주부의 평균 학력은 매우 높다. 이들의 능력을 지역사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원봉사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이 중요한 만큼 개인의 지역사회 공헌도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자원봉사는 아직 정착하지 못한 문화다. 결국 지자체가 제도로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관리 운영해야할 책임이 있다.”

노태욱 대표는?

30년 직장생활을 건설현장에서 보낸 노태욱 대표는 73년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83년 미국 텍사스주립대 건설경영 석사과정을 마쳤다. 88년 대우건설 부장, 93년 삼성중공업 이사, 97년 LG건설 상무를 거쳐 2002년 12월부터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2월 28일 임기를 끝으로 성남시장 후보 공천(한나라당) 경쟁에 나서는 그는 ‘윤리경영’의 성과를 지자체 경영에도 적용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여성신문’은 ‘GS리더(Gender Sensitivity Leader)의 시대’란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남성 리더들의 대여성 마인드와 함께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여성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취재하고 자료화해 평등시대 남성과 함께 윈윈 파트너십을 이루어 가는 새 어젠다를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 순서는 여성인력 진입이 어려운 건설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여성인력 채용에 나서 주목을 끈 노태욱 신세계건설 대표다.

노태욱 대표가 본 한국 여성의 리더십

“난관에 부닥쳐도 풋볼식 전진을”

“미식축구를 아세요? 앞 선수가 5m 전진하고 쓰러지면 다음 선수가 거기에서 다시 5m를 나갑니다. 앞사람은 뒷사람을 위한 토대가 되고 결국 팀 전체가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죠.”

난데없이 미식축구 룰을 설명하는 노태욱 대표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이와 같은 룰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능력은 이미 충분히 증명됐지만 조직에는 아직 유리천장이 있다”며 “여성들이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르면 소위 ‘태클’이 들어오게 되어있다”고 말한다.

“현재 ‘성공한 4050 여성’들은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평가하는 노 대표는 “그러나 이들 중 상당 부분은 강한 편견을 가진 남성집단과 부닥치면 생각보다 쉽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강요해 온 ‘여성’의 다른 모습”이라고 분석한다. 그래서 그가 여성 리더들에게 전하는 조언 중 하나가 바로 “딴죽 걸기에 강해지라”는 것이다. 특히 주위로부터 리더라고 인정받는 여성이라면 이를 책임으로 느껴야 한다고 당부한다.

노 대표는 “그동안 지켜본 2030 여성들은 분명 이 벽을 허물고 있다”며 “10년 후 우리는 굳이 여성 리더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시대를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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