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여성 과학기술인들을 위한 맞춤 지원책’ 전문가 좌담회

기획연재 ‘한국의 마담 퀴리들을 위하여’를 마무리하면서 여성 과학기술계 리더와 관련 정책실무자를 초대해 여성 과학기술계 현황과 정책 점검,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선 지금까지 제시된 여성 과학기술인정책 전반에 대한 포괄적 평가가 필요하며 이와 관련, 각 부처와 여성 과학기술인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모든 정책 평가 시 성별 항목을 포함시키고 그 결과에 따라 예산상의 우대나 제재 방안 등 강력한 인센티브와 패널티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승진목표제 도입, 채용목표제 대상에 신규 인력뿐만 아니라 경력 단절 여성인력을 포함시키는 문제, 여성인력 진출을 독려하는 예산확충 방안, 보육지원정책, 관련 부처 간 교류 등이 논의됐다.

일시·장소

2월 22일 오전 10시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회의실

참석자

이혜숙 /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전길자 /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장

최순자 / (사)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

이동진 / 과학기술부 인력기획조정과장

서영주 / 교육인적자원부 여성교육정책과장

진 행  박이은경 편집장

부처별 정책 큰 틀로 묶어야

박이은경(이하 진행):현행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정책을 NGO, GO 입장에서 좀 더 보완, 강화하거나 정리해야 할 정책들을 꼽는다면.

최순자(이하 최):이미 나온 지원책을 정리할 단계는 아니다. 이들 정책을 스스로 점검해보는 과정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우선 지원단체나 프로그램에 대한 자체·후속평가를 실시하고 드러난 개선사항을 보완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

이동진(이하 이동):‘여성 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2004년부터 추진해왔고, 올해부터 관련정책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체제를 마련하고자 한다. 관련부처의 담당자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이를 추진할 예정이며, 점검 결과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각 부처에 권고하겠다.

이혜숙(이하 이혜):각 부처에 어떤 정책이 있는 지 큰 틀에서 정책 전체를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정책들을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볼륨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크고 작은 정책들이 여러 부분에서 겹칠 수 있지만 개개의 정책들이 경쟁 속에서 발전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다원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전길자(이하 전):과기부에서 정책평가 시스템을 도입·운영하다 보면 미흡하고 필요한 부분이 나타날 것이다. 이 결과를 가지고 각 부처와 여성 과학기술인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또 지원 법률과 제도는 갖췄지만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예산이 확충돼야 한다.

서영주(이하 서):예산 확보를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정책평가다. 과학기술부가 부처별로 흩어진 사업을 관장하며 전략적인 홍보로 합의과정을 마련하고, 정책평가 결과를 국회와 기획예산처에 제시한다면 예산 확보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정책결정 보직에 여성 배치해야

진행:최근 여성신문이 실시한 과학 관련 국회의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여성 과학기술인들에게 가장 유망한 분야로 생명과학 분야를 꼽았다. 유망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지원책도 얘기되는데.

이혜:‘여성이 많이 진출했기 때문에 여성에게 맞는다’라는 개념은 안이한 판단이다. 최근 과학기술의 모든 분야가 융합되고 있고, 오히려 여성이 진출 못할 분야는 없다. 현상을 보고 미래를 진단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나아가야 한다. 양보다 질을 따지는 정책결정으로 여학생들이 중도 탈락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동:우수 인력 확보가 기관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인식을 심어 기관 스스로 우수 인력을 기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승진목표제’는 ‘채용목표제’에 비해 반발이 있긴 하지만 2007년부터 재직비율 20% 이상 기관을 대상으로 우선 추진 후 확대할 예정이다. 승진목표제 도입 기관이 우수한 성과를 올린다면 이 제도의 확대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진행:여성 과학기술인 단체들의 조사결과를 보면 여성 과학기술인들은 육아부담, 학회·학술활동에서 네트워킹의 어려움, 승진의 벽,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구비 책정 등을 공통적으로 토로하는데 우선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까.

최:아직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이 많이 부족하다. 이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네트워크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차별 불만이 있더라도 남녀 동등한 사회를 위해 어느 정도 여성에 대한 할당이 있어야 한다.

서:교육분야는 기회평등 단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적은 수이지만 ‘임용목표제’는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여학생을 이공계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 우수 여학생을 이공계로 유도하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이혜:현 12%인 여성 과학기술인력을 3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여학생 비율이 40∼50%는 돼야 한다. 또 채용목표제에 경력직을 포함해야 한다. 이는 승진 대상자를 늘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현장에선 여성이 극소수라는 사실을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모든 보고서에 성별 항목을 포함시켜 실상을 드러내야 한다. 이 같은 사례를 적용한 프랑스의 경우 여성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고 경쟁력 또한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모든 예산지원 부문에 성별항목을 포함시키고, 정책결정 보직자에 여성을 배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령, 대학의 경우 교무위원급에서 인사·예산·논문심의위원회 등 정책결정 부서에 여성을 포함시키고, 여성이 없는 경우 예산 배정을 하지 않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전:모범적인 기관을 벤치마킹하도록 적극 독려해야 한다. 경북대는 자체적으로 12%라는 여교수 임용목표제를 정했고, 여성 대학원장도 배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인사규정을 개정해 여성인력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승진목표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연구단장, 학계 고위직에 여성이 올라갈 수 있도록 승진목표제 등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

최:과학기술혁신본부에 인력심의관이 있어야 하고 그 조직 내에 여성 할당 부분이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R&D) 사업예산 심의를 할 때 여성인력 부분을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 촉탁직, 즉 비정규직 여성 연구원이 많은데 이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동:심의관 체제가 다른 영역과 달리 그 아래에 팀장, 과장을 두지 않고 있어 이 부분은 현실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 다만, 지난해 11월 기관별 상황에 맞게 5∼30%의 범위에서 채용목표제를 수정했다. 이를 기관장평가뿐만 아니라 기관평가에도 반영해 내실을 기하겠다.

전:정부는 위원회 여성 비율을 4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NIS WIST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학재단, 한국산업기술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공공기술연구회,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등 6곳의 인사위원회에 참여하는 여성은 전무한 실정이다.

서:올해부터 교육부 내 위원회의 위원을 신규나 재임용 시 여성교육정책과의 협의를 얻도록 결재라인을 정비해 여성 위원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진행:여성 관련 전 분야가 마찬가지이지만 출산, 육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전:BK21사업에 보육비를 포함시키도록 정책 제언을 했지만 교육부는 여러 검토 끝에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한번 장관께 자료와 관련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육아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한다”

서:대학 내 직장보육시설 설치가 시급하다고 보고 수요조사를 했지만 의외로 대학의 요구도가 낮았다. 앞으로 국공립대 내 보육시설 설치를 위해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으며, 사립대의 경우엔 여성가족부의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이혜:대학 내 보육시설에 대한 요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대학 자체가 여성문제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육아·보육 문제는 여성 몫’이란 통념에서 ‘육아는 남성과 여성 누구든 여건이 좋은 쪽에서 담당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직장 내 여성 비율을 따지면 적은 수요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 같아 억울하겠지만 남성도 육아를 해야 한다면 절대 다수가 직장 육아시설이 필요한 것 아닌가. 무엇보다 출산은 여성의 몫일지라도 아이는 국가와 지역공동체에서 기른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

최:동감한다. 어느 정도의 여성 비율이 있기 때문에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합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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