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선진국의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 정책

지식기반 시대에 국가 경쟁력은 여성 과학인력 양성·활용에 달려있다는 게 선진국의 공통된 시각이다. 세계 각국은 여성 과학인력의 핵심 인재 양성을 국가 차원의 전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 과학교육과 연구원에 대한 재정 지원 등 이공계에 집중 투자한 아일랜드의 경우 90년대 중반 10%에 가까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IT강국으로 떠올랐다.

9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과학회의에선 여성인력의 과학교육, 과학기술계 진출, 과학정책 의사결정 참여 촉진 등을 강조한 ‘과학과 과학지식의 이용에 관한 세계선언’이 채택되기도 했다. 선진국들이 실시하는 여성 과학기술정책은 대체로 ▲여학생의 이공계 진출 확대를 위한 교육 정책 ▲취업 지원 ▲여성 연구원의 연구비 지원 ▲육아 지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과학기술부 인력기획조정과의 한형주 사무관은 “선진국들은 미발굴된 여성 고급인력 활용은 국가경쟁력 강화의 필수 요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무관은 “우리나라가 지원 법률을 제정하고 센터를 운영하는 등 정부 주도형인데 비해 외국은 직능 단체·협회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부의 보조금·지원 정책을 유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유럽 98년 4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공식 의제로 ‘여성과 과학’이 채택됐으며, 99년 11월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 참여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여성과 과학에 관한 헬싱키그룹’이 출범됐다. 그영향으로 유럽 각 나라 과학담당부처에 여성부서가 설치됐으며, 2001년엔 EU 집행위원회 연구총국에 ‘여성과 과학’ 부서가 신설됐다. 특히 EU 이사회의 연구개발프로그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ramework Program)’은 여성참여 목표를 40%로 세웠다.

또 EU 집행위원회는 프레임워크 프로그램 예산(6차, 2002∼2006년) 2000만 유로(약 252억 원) 중 200만 유로(약 25억 원)를 여성 과학기술인 유럽강령 제정을 위한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이 강령은 여성 과학기술인과 관련 단체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협력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이 같은 여성 과학정책의 큰 틀을 기준 삼아 EU 회원국들은 각종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2004년 교육과 리더십, 정보 제공을 위한 여성과학기술인력센터를 설립했다. 영국은 94년부터 여성 과학기술 활성화를 위해 PSETW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과학 분야에 대한 예산을 2008년까지 현 30억 파운드(약 5조815억 원)에서 50억 파운드(약 8조4692억 원)로 늘릴 예정이다.

아일랜드과학재단은 지난해 4월 더 많은 여성이 과학을 전공하고 과학 분야에 종사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구체적 내용은 휴직한 연구원이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력 향상 보조금, 연구기관의 여성 연구원 참여 비율을 평가해 지원하는 계획 지원금과 기관개발 보조금, 고교 졸업 예정자의 이공계 진출을 유도하는 장학금 제도 등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를 위해 100만 유로(약 13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80년대부터 여학생의 이공계 진출을 위한 교육에 주력해왔으며, 2001년엔 과학연구를 위한 국가기구인 CNRS의 주창으로 ‘여성과 과학’ 기구가 신설됐다. 꾸준한 교육과 취업 지원으로 2003년엔 대졸자 중 엔지니어로 취업하는 여성 비율이 94%로 남성(90%)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80년 과학기술균등법을 제정해 여성의 과학기술분야 진출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지원하고 있다. 미 국립과학재단은 2001년부터 여성 과학기술인의 고용과 발전을 꾀하는 ADVAN

CE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기관별로 5년 동안 5억∼7억 원을 기관개혁 보조금 명목으로 지원해 리더십과 연구비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재단은 또 박사학위 취득자 지원 제도,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우리나라와 비슷한 지원정책 구조를 보이는 일본은 특히 육아 지원과 경력 단절자들에 대한 지원 정책이 눈에 띈다. 일본은 올해부터 육아상담사를 배치하거나 육아휴직 중 대체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대학별로 매년 2000만∼5000만 엔(약 1억6000만∼4억700만 원)씩 3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출산·육아로 연구가 중단된 여성 과학기술인이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올 한 해 연구장려금 1억4000만 엔(약 11억4000만 원)을 지원한다.

‘여성과 과학에 관한 헬싱키그룹’이란

‘여성과 과학에 관한 헬싱키그룹’(이하 헬싱키그룹)은 유럽 각국의 여성 과학자 정책 담당자들이 여성 과학기술인에 대한 연구·통계 개발, 정보교류, 정책 경험을 교환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99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프레임워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관련 공무원 등에 의해 개최된 회의에서 출발했다. 헬싱키그룹은 매년 2회씩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기회의를 개최하며, 과학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우수 사례 등 정보 교환, 각종 연구활동에서 성 평등한 통계와 성 인지적 지표 개발 등을 논의한다.

2002년엔 ‘유럽 여성과 과학에 관한 국가 정책’ 보고서를 발행, 각국의 여성정책을 소개하고 각국 과학계 여성의 참여율에 대한 통계 수치를 사상 처음으로 제시했다.

헬싱키그룹의 영향으로 유럽연합(EU)의 30개국 과학부에 여성부서가 설치됐고, 2003년엔 흩어져 있던 여성 과학기술인 단체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유럽 여성 과학자 플랫폼’을 결성, EU의 과학 정책에 보다 효과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유럽기술평가네트워크’ 등 주제별 전문가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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