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터 세우자

대전에 사는 임모(32)씨는 가계부 작성으로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축을 못 한다며 상담을 해왔다. 지난 2년간 임씨가 작성한 가계부를 보니 너무도 잘 되어 있어서 전문가인 나도 깜짝 놀랐다. 나는 임씨에게 예산을 세워 생활하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권했다.

건강한 가정 경제를 위해서는 예산을 세워야 한다. 가계부를 꼼꼼히 기록하는 것과 예산을 세우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가계부는 가정에서 이미 지출한 것을 기록하는 장부로 지출 관리는 가능하나 통제 기능은 부족하다. 반면 예산은 한 해 동안 예상되는 수입과 지출을 미리 추정하고 통제함으로써 가계의 비효율적인 소비 행태를 개선할 뿐 아니라 저축을 늘려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예산은 또한 가족이 즉흥적이고 불필요한 지출을 통제함으로써 가정의 재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산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첫째, 예산은 1년 단위로 세운다. 매년 1월부터 12월까지 해도 좋고, 월 소득이 매년 4월에 변경된다면 4월 초부터 다음 해 3월 말까지 12개월 단위로 세운다. 둘째, 수입과 지출을 추정한다. 급여, 사업소득, 임대소득, 이자·배당소득 등 모든 종류의 소득을 추정하고, 동시에 1년간 발생되는 지출 항목과 금액을 추산한다. 지출 항목은 대출 원리금, 각종 세금, 관리비, 각종 보험료 등의  고정지출과 생활비 중 외식비, 통신비, 여행경비 등 변동지출로 구분해서 수립한다. 자녀들 사교육비와 같은 지출은 자녀와 미리 의논해서 적정한 금액의 사교육비를 책정하고 즉흥적으로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되지 않도록 가족과 함께 의논하는 것이 좋다. 셋째, 추가로 저축 가능한 금액을 산출하고 투자계획을 세운다. 총 수입에서 총 지출을 빼면 저축과 투자할 금액이 나오게 되는데 현재 하고 있는 저축, 예를 들면 주택 관련 저축, 연금저축, 저축성 보험료, 적금이나 적립식 펀드 등은 저축·투자 항목에 넣어 계산을 한다. 그러고도 남는 금액은 추가로 저축 가능한 금액이므로 이 금액을 가지고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병술년 새해부터는 예산을 세워 생활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가족 모두가 보람과 기쁨을 한껏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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