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생활과 감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첨단 이동통신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사고방식을 반영한 ‘현대생활백서’란 CF시리즈가 대변하듯 성별, 세대별 각 대상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휴대전화 문화는 매우 다양하다.

이제 휴대전화로 음악을 듣거나 스케줄을 관리하고, 은행 업무를 해결하거나 목적지를 찾는 내비게이션 기능은 기본이 됐다. 사용자들은 ‘모바일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학교, 학원 또는 놀이터에 있는 자녀의 환경을 실시간 확인하거나 ‘모바일 가드 서비스’로 위험에 처했을 경우 통신업체를 통해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홈네트워크 시스템인 ‘KT 홈맨’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는 KTF는 흔히 ‘유비쿼터스’로 인식하는 (집에 불을 켜거나 가스를 차단하는) 모바일 제어 서비스를 확대해 오는 2010년에는 모든 사용자에게 가용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업체들은 이런 서비스가 여성의 생활을 간편화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KTF 홍보팀 장승훈 대리는 “원하는 동영상을 설정해 제공받는 ‘K-라이브’ ‘모바일 모니터링’의 경우 맞벌이 부부도 휴대전화를 통해 아이를 돌볼 수 있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들이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되고 있다”며 “휴대전화 서비스는 여성 생활에 편리를 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이끄는 유비쿼터스 라이프가 여성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지연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뉴테크놀로지의 개발이 여성의 업무를 단순화시킨다고 하지만 오히려 성 역할을 고착시키고 있다”며 “모바일 폰 자체로 자녀들과의 원격교류가 자유로워지면 지금껏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만이라도 보육의 책임을 덜 수 있었던 여성들의 모성역할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에 대한 해석도 다양한 차이를 나타낸다. KTF의 1월 초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 사용이 하루 1억3000콜인 것에 비해 문자 이용은 그보다 3000콜 정도 많은 1억6000콜이며 그 중 여성 이용자가 7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휴대전화 업체의 콘텐츠 개발 실무자는 “문자 서비스는 대상과의 교류를 중요시하면서도 요금에 민감한 여성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한다”고 설명한다.

휴대전화 문자서비스와 비슷한 기능을 갖는 인터넷 메신저, 사내 팝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통화나 대화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보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휴대전화 메신저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대면 접촉의 감소와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이 직장 내 무례한 행동을 촉발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문자를 이용해 소통하는 것은 전화통화로 남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현대인의 심리가 대표적으로 반영된 것”이라며 “일방적 소통 방식의 문자는 오히려 사용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약화시키는 단점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와 여성

오전 6시 30분, 오늘도 변함없이 휴대전화 알람으로 하루를 맞은 서지영(28·여·방송기자)씨. 분주한 출근 준비를 마친 그는 휴대전화에서 ‘스케줄 관리’를 확인한다. 간담회와 인터뷰, 부서 회의로 꽉 찬 하루, 오늘도 대단히 바쁠 듯하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는 그는 휴대전화의 내비게이션 도움을 받는다. 처음 찾아가는 곳이라 낯설기 때문. 인터뷰 동안에는 휴대전화 ‘음성녹음’ 서비스를 이용해 중요한 내용을 녹음하고, 방송국으로 돌아오는 길엔 MP3 기능으로 음악을 듣는다.

훌쩍 지나간 오후. 이씨는 그제서야 오늘까지 해결해야 할 은행업무를 기억해 낸다. 역시 휴대전화를 집어들어 ‘폰뱅킹’을 이용한다. ‘송금완료’ 메시지에 마음을 놓은 그는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의 단상을 휴대전화 문자로 정리해 친구에게 전송한다. “오늘 하루도 바빴어 ㅠ.ㅠ 넌 어때? 잘 지냈어? ^^”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하는 길. 문득 ‘어두운 방에 들어서기 싫다’는 생각이 스친 그는 휴대전화 유비쿼터스 모드를 이용해 아파트의 불을 밝힌다.

대화와 놀이도구로, 자기표현 수단으로

“남자애들은 카메라폰을 별로 즐기는 것 같지 않아요. 자동차나 컴퓨터 같은 복잡한 기계에는 관심을 보이면서 휴대전화 같은 조그만 기계는 시시한가봐요.”(23세 여성·대학생)

“예전엔 외모에 자신이 없어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했어요. 그런데 카메라폰으로 찍다 보니까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요샌 친구들과 함께 사진 찍는 걸 즐기게 됐어요.”(21세 여성·대학생)

2004년 ‘카메라폰을 통한 여성의 문화적 의미 만들기’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던 이동후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성들에게 휴대전화는 대화의 도구이자 친구들과의 즐거움을 확대하는 놀이 도구이며 자기 표현을 연출하는 도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인터뷰의 대상자였던 10대 중반∼20대 후반의 여성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여성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테크놀로지와 관계 맺기를 시작하고 찍기와 보기의 경험을 공유하며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만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조사 전문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의 2005년 발표에 따르면 10대 여성의 57.1%, 남성의 46.5%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로 가면 여성 98.4%, 남성 95.7%로 그 간격이 줄어들긴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높은 이용률을 보여줬다.

여성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진 찍기, 이모티콘을 이용한 문자 대화, 벨소리나 통화연결음, mp3 음악파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보다 미니홈피에 올린 ‘셀카’ 사진으로 더 유명해진 그룹 ‘EX’의 리더 이상미(23)씨, 빨간 원피스를 입고 신들린 듯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영상이 화제가 됐던 ‘키스피아노’ 곽유니(25)씨 등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던 사진 및 동영상으로 인해 한순간에 스타가 됐다.

대중이 노래보다 미니홈피 사진에 더 열광했던 가수 이상미씨의 경우는 디지털화된 이미지를 더 큰 표현 수단으로 여기는 속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모티콘 문자메시지는 여성들의 감정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회사원 임미영(25)씨는 우울한 때면 “만나서 술이나 먹자”고 말하는 남자친구보다 코믹한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친구가 더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기분에 따라 휴대전화 벨소리나 통화연결음을 바꾸면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김현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휴대전화를 표현수단으로 변형시키는 여성은 이미지, 영상 등 휴대전화 콘텐츠와 외부 장식물을 통해 무생물의 기계인 휴대전화에 자신의 캐릭터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를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욕구의 발현으로 보는 그는 “반면 남성들은 휴대전화는 통화나 게임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그보다 하이테크놀로지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 비교된다”고 덧붙였다. 

[박윤수 기자 bi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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