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와 산업

첨단 휴대전화의 경쟁, 그 끝은 어디일까?

휴대전화 업계가 최신 기능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새로운 제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위성·지상파 DMB폰 등 ‘DMB폰 전성시대’가 예고되는 최근에도 업계들은 휴대용멀티미디어재생기(PMP) 겸용 휴대전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폰 등 신기술을 접목한 더 작고 더 얇은 디자인 개발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의 영화포털 씨즐(cizle)과 연계한 PMP 기능을 갖춘 제품을 출시했으며 모토로라는 320만 화소 카메라와 3D게임 기능을 지원하는 고화소폰을 내놓았다. 스카이도 PMP폰, 화상전화폰, 500만 화소폰 등 다양한 모델을 한꺼번에 출시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관계자는 “모바일 TV가 활성화되면서 현재 휴대전화 시장의 화두는 ‘슬림’과 ‘DMB’로 요약된다”며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우선하는 젊은 층을 겨냥해 최근 마이팻(휴대전화 안에서 전자 애완동물을 기르는) 기능을 탑재한 것을 비롯해 향후에는 ‘생명공학(BIO)’에 바탕을 둔 만보계, 혈압계 기능을 갖춘 ‘웰빙폰’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희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위원은 “DMB 기술에 와이브로(휴대인터넷) 기술이 접목된 휴대전화 개발은 향후 2∼3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원격으로 주거지 환경을 제어하는 등 유비쿼터스 라이프와 접목되는 센스테크(RFID) 개발도 휴대전화의 주요 목표로 떠오르고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휴대전화 디자인 전문회사 MADI디자인의 김정우 대표는 “두께를 확 줄여 손안에 쏙 들어가는 ‘슬림 디자인’은 변함없이, 향후 첨단 휴대전화 전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리얼카메라 DMB폰(SCH-B330)’

삼성전자는 전통적인 필름카메라 디자인에 300만 화소까지 갖춘 위성 DMB폰 ‘리얼카메라 DMB폰’을 출시했다. 회전형 폴더 방식으로, 폴더를 열고 돌려서 다시 덮으면 내부 LCD가 디지털카메라 LCD로 모습을 바꾼다. 무선 헤드셋, 핸즈프리, 무선데이터전송, 무선프린팅이 가능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고, 애완견 키우기 인공지능 프로그램 ‘마이펫과 놀기’도 내장했다.

LG전자 ‘월드폰(LG-KW9200)’

LG전자 싸이언(CYON)은 국내 이동통신방식인 CDMA와 유럽식인 GSM의 주파수 대역을 모두 지원해 자동 로밍이 가능한 ‘월드폰’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이제는 휴대전화와 번호를 바꾸지 않아도 제품 포장에 있는 SIM카드를 끼우고 인터넷으로 신청만 하면 전 세계 82개국에서 자동 로밍이 가능하게 됐다.

큐리텔 ‘킬러사운드폰(PT-L1900)’

큐리텔은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 디지털 앰프(AMP)칩을 탑재한 ‘킬러사운드폰(PT-L1900)’을 출시했다. 오디오나 홈시어터 등에서만 사용되던 기술을 휴대전화에 처음 적용한 것으로 MP3 재생 시 잡음이 적고 음질이 깨끗한 고품격 사운드를 구현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MP3 전용 칩을 별도 탑재해 빠른 구동속도와 안정성을 실현했다. 

스카이 주크박스폰 ‘IM-U110’

스카이는 메모리타입 휴대전화 중 세계 최대용량(1GB) 메모리를 탑재한 MP3 전용 주크박스폰 ‘IM-U110’을 출시했다. 200여 곡 이상의 MP3를 저장할 수 있으며 ‘터치센서’(Touch Sensor)를 탑재해 폴더를 열지 않고도 음악재생을 컨트롤할 수 있다. 또 원하는 각도로 폴더를 고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KTF ‘스윙 DMB폰(SPH-B2300)’

KTF를 통해 판매되는 삼성전자의‘스윙 타입 지상파 DMB폰(SPH-B2300)’은 매월 일정 비용이 드는 위성 DMB폰과 달리 별도 비용 없이 공중파 TV를 실시간 즐길 수 있다. 스윙형 디자인을 채택해 액정을 180도 돌리면 슬라이드폰 모양으로, 90도 방향으로 고정하면 가로보기 모양으로 전환되어 전화통화와 함께 편리하게 고화질의 DMB 방송 감상도 할 수 있다.

첨단기능 휴대전화 뜰까?

“한국에 물어봐”

한국 휴대전화는 전 세계 어디서나 꼭 갖고 싶지만 비싸서 쉽게 사지 못하는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국내 휴대전화 산업 역사는 10여 년에 불과하지만 극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선진국을 따라 잡고, 세계적인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통신 인프라, 과감한 연구개발, 우수한 품질과 디자인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제품 출시 주기를 앞당기게 한 우리 국민의 ‘빨리빨리’ 문화도 한국 휴대전화 산업을 성장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8억1000만 대(1151억 달러)이며, 이 중 삼성전자·LG전자·팬택 계열 휴대전화가 1억7300만 대(수출액 188억9000만 달러)가 팔려 점유율 21.36%를 보였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휴대전화 5대 중 1대가 한국산이란 계산이다.

지난해(12월 제외) 휴대전화를 비롯한 무선통신기기 수출액은 253억9100만 달러(비중 9.8%)로 반도체(275억9900만 달러), 자동차(265억1300만 달러)와 함께 수출 효자 품목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휴대전화가 한국 경제를 견인하게 된 배경엔 96년 세계 첫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의 쾌거 등 이동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채택한 아날로그 방식 대신 과감하게 CDMA를 채택함으로써 통신산업 후진국에서 일약 세계적 통신 강국이 됐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비와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여 99년 세계 최초 MP3폰, 2000년 세계 최소형 손목시계폰·TV 복합폰(DMB폰) 개발 등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첨단 기능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 세계 휴대전화 산업을 주도하는 배경엔 빠른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한국민의 역동성에도 기인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최항섭 디지털미래연구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휴대전화 교체주기가 18개월로 선진국(3년)의 절반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첨단 신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남보다 뒤처질세라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구입하고, ‘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국민성이 더해져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휴대전화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광고를 통해 소비욕구를 부추기는 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배수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휴대전화 산업이 원천·핵심기술이 부족한 가운데 고객 욕구를 충족하고 시장 트렌드를 파악, 적시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상용화(응용)기술에 초점을 맞춘 것이 주효했다”고 평했다. 배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첨단 IT분야 제품의 수용도가 높고 통신서비스 인프라가 발달돼 있어 해외시장 진출 전 테스터 마켓 역할을 한 것도 세계 일류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일류의 수성을 위해 지금까지의 상용화 기술뿐만 아니라 DMB폰, 와이브로폰과 같은 새로운 차세대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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