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례문화도 양성평등 바람

평등명절 운동과 화장 위주의 장례문화가 확산되면서 가부장제 전통의 아성으로 대표되던 제례문화도 여성이 제주로 참여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간소화되는 등 개선되고 있다.
의식절차를 비롯해 제주와 참례자에 대한 규정, 음식 준비, 진행 순서 등이 까다로웠던 전통 제례를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여성단체는 제례의 절차를 줄여 제례 준비에 노동력을 투자하던 여성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여성이 제주로 참여하거나 남녀가 동등하게 절을 하는 등 주변 인물로만 여겨지던 여성을 제례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진민자 (사)청년여성문화원 이사장은 제례 절차를 합리적으로 변형한 ‘바람직한 제례모형’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례모형은 누구나 알기 쉬운 언어를 사용하고 형편에 맞게 제례 형식을 변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73년 절차 간소화 시작…최근엔 역할분담 등 제안

설 제례 문화가 바뀌고 있다. 평등하고 즐거운 명절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복잡하고 까다로운 제례 절차가 형편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제례는 기제·절사·연시제 등 의식을 기본으로 제주(제사를 주관하는 자)와 참례자를 정하는 규칙, 놓이는 음식, 진행하는 절차까지 매우 복잡한 것은 물론 지역과 가문에 따른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통일된 기준을 잡기 어려웠다.
이에 정부, 비정부기구(NGO), 여성단체 등이 나서 제례를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지난 73년 5월 정부가 제정한 ‘가정의례준칙’. ‘허례허식을 줄이고 의식절차를 합리화한다’는 법령에 따라 제례에 참가하는 인원이 줄고 제사상을 간소한 반상 음식으로 차리는 등의 변화가 시도됐다.
90년대에는 YWCA, 한국여성민우회 등 NGO 차원의 명절문화 바꾸기 운동이 마련됐다. 지역 단위별로 ‘낭비 없는’ 제례문화 캠페인을 펼친 YWCA에 이어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99년부터 2003년까지 평등 명절을 주제로 한 ‘웃어라 명절 캠페인’을 주관했다. 이들 단체가 마련한 캠페인의 공통점은 제례를 위해 노동력을 투자하면서도 주변인으로만 인식되던 여성들의 권리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여성에게도 조상이 있다’는 점이 이전까지 무시됐던 것에 비해 한국여성민우회는 캠페인을 통해 남녀 평등하게 절하기, 명절에 시댁과 친정 동등하게 방문하기 등의 문화를 제시했다.
또 포털사이트 아줌마닷컴(www.azoomma.cm)은 2001년부터 ‘바람직한 명절문화 만들기’ 운동을 통해 집안일을 줄이고 여가를 나누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제례를 간소화하기 위한 가장 최근의 움직임으로는 여성가족부 위탁 기관인 중앙건강지원센터가 지난해 시행한 ‘건강가정기본법’이 있다. 이 법은 ‘간소한 제례, 남녀 평등한 명절, 가족이 여가를 함께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편 매장 위주였던 장례문화가 화장 선호의 문화로 변화되고 있는 것도 제례문화를 바꾸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조상의 유해를 납골당에 모실 경우 벌초 등 묘지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 만큼의 시간을 여유 있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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