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능력대로 뽑으니 여성 연구원 늘었어요”

‘여성신문’은 ‘GS리더(Gender Sensitivity Leader)의 시대’란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남성 리더들의 대여성 마인드와 함께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여성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취재하고 자료화해 평등시대 남성과 함께 윈윈 파트너십을 이루어 가는 새 어젠다를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 순서는 원장 취임 이후 지역사회와 연구원에 친여성적 마인드를 불어넣고 있는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이다.

올해 대구경북연구원(DGI)의 발돋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가속화될 것 같다.
이는 지난 2004년 7월 대구경북연구원 5대 원장으로 경제학을 전공한 관료 출신인 홍철 (61) 원장 취임 이후 보여준 DGI의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홍 원장은 “공직의 마지막을 고향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소신으로 “정책 연구를 통해 지역 발전의 다변화를 꾀해 보겠다”며 지역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먼저 DGI 조직을 연구부와 연구센터로 나누어 확대 개편했다. 또한 취임 당시 전체 40명에 불과하던 직원을 79명으로 늘리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과 방향성에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DGI의 역할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반여성적, 가부장적 기관이라 불리던 DGI에 ‘양성평등연구센터’를 만들어 변혁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여성 연구원의 진입이 확대되자 지역사회 여성들은 지역사회가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는 2000년 초 인천발전연구원 원장 재직 시절에도 연구원 내 ‘여성개발센터’를 창립, 인천 지역에 여성 인식을 확산시키는 전환점을 마련했었다. 이번에도 DGI에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양성평등연구센터 설립을 준비하며 대구경북 지역 여성문제의 중심에 파고들기 시작한 것.
강한 지원 의지로 여성 연구원들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홍 원장은 “시대가 흐르면서 여성 인적자원이 풍부해졌다. 이와 함께 자기 일에 지속적인 열정과 성찰을 놓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여성들이 각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신체적 차이로 여성과 남성을 차별해 여성 인재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국가적 낭비이며 지역사회의 손실”이라는 소신을 강하게 내비쳤다.
다음은 1월 9일 집무실에서 만난 홍철 연구원장과의 일문일답.
 
-혁신도시 선정위원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발전 방향은 어떻게 설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생긴 모양대로 장점을 활용해 살아가는 것이 최선인 것처럼 대구경북 안에 담긴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경주에 유치된 방폐장을 계기로 솔라시티, 원전, 풍력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 양성자가속기, 해양과학연구소, 한국전력 등과 연결해 에너지산업집적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이러한 자원을 개발하여 전국적, 세계적 도시로 부각시키는 것이 대구경북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취임 후 DGI 안에 21세기낙동포럼과 콜로키움을 통해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지역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역할 정립을 위해 의식을 깨치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의 대학, 언론기관, 시민단체, 민간연구소 등과 월 1회 공동 개최하고 있는 ‘21세기 낙동포럼’은 대(大)세미나이고, 각계 전문가와 중앙정부의 중견 간부를 발표자로 초청하여 매주 목요일 열고 있는 콜로키움은 소세미나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DGI 안에 양성평등센터를 개소하고 여성 연구원을 확대하며 주목받았는데.
“대구경북의 보수 성향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여성에 대한 의식 전환이 요구되었다. 대구경북의 정체성 확립과 대구경북의 공동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기관으로 여성문제를 배제할 수 없었다. 인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지역여성문제 현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여성정책을 연구하는 곳이 필요했다. 여성 연구원의 숫자가 갑자기 많아져 시선이 집중되었다지만,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동등하게 평가해 우수한 인재를 채용했을 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수한 인재들 속에 여성들이 많았다는 것이 주목의 대상일 것이다(웃음).”
 
-취임 전과 취임 후 현재 DGI의 여성 연구원 비율을 비교한다면.
“취임 전 전체 40명 중 여성은 8명(20%)으로 그 중 정규직이 3명에 불과하던 여성인력을 2006년 1월 현재, 행정직을 포함한 전체 79명 중 여성은 23명으로 30% 채용했고 그 중 연구원 65명 가운데 여성 연구원은 20명으로 38.5%를 차지하고 있다.”

-10개의 팀 중 환동해권연구센터 중국연구팀, 문화관광연구팀, 교통물류팀에 3명을 여성을 전진 배치했다는데 기대하는 바는.
“섬세함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자리이다. 그렇다고 여성을 팀장으로 배치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양성평등연구센터에서 대구시의 용역을 받아 ‘대구여성통계’를 발간했는데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하고 있을 정도로 여성 연구원들이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해내고 있다. 분야별 최고의 연구원을 확보하는 데 여성들의 능력이 뛰어난 만큼 앞으로도 계속 주요 자리에 포진시킬 것이다.”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2006년 양성평등센터의 중점 연구과제가 환경 변화에 대응한 여성가족정책에 대한 연구이다. 출산과 양육의 문제로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여성이 어려운 환경에서 일한다. 시대의 변화로 여성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데 20∼30대 여성의 활약을 기대한다. ‘나는 여자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인간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여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홍철 원장은
 홍철 원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65학번)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74∼79)를 취득했다. 80년 국토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시작으로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84), 건설교통부 차관보(93), 교통안전공단 이사장(96), 국토연구원장(97), 인천발전연구원장(2000.1∼8), 인천대 제3대 총장(2000.9∼2004.7) 등을 두루 역임했다.
저서로는 ‘포항, 포항인, 포항미래’(96), ‘홍철의 국토개조론, 삶과 꿈’(97), ‘21세기 한반도 경영전략:지경학적 접근’(99) 등이 있으며 88년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주스에서 배운 양성평등
 홍철 원장의 주요한 일과 중 하나는 토마토를 사는 것. 그리고 그 토마토로 주스를 만들어 아내와 한 잔씩 나누어 마신 다음 설거지까지 마치는 것이다.
그는 “주스를 만들 때마다 참으로 보이지 않게 손이 많이 간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주스 한 잔 만드는 데도 이러한데, 집안일을 전담하고 있는 주부들의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노동가치를 얼마나 많은 남성이 알까.
경상도의 전형적인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집안에서 성장한 홍 원장은 아버지의 말씀이라면 꼼짝 못하던 어머니를 기억한다. 그러나 그때는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몰랐었다.
이제 홍 원장은 자신이 체득한 토마토 주스 마인드를 조직에 적용하고자 노력한다.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아 입사해 동등한 대우를 받겠지만, 퇴근하면 가사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여성들만의 이중고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고자 한다. 그래서 가끔 야근을 하는 연구원들 중 여성들만 데리고 나와 소주 한 잔에 위로와 격려를 싣곤 한다. 무엇보다 그는 특별한 우대보다는 차별을 예방, 지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인천대 총장 재임 시절 복잡한 대학교수 채용제도상 인위적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 면접 시 여성 교수 후보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전임교수와 강의전담 교수, 객원교수 등에 여성 20% 할당을 적극 적용한 것도 이런 그의 소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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