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 글=김미량 기자 kmryang@, 사진=정대웅 기자 asrai@
  • 승인 2005.12.30 13:12
  • 수정 2005-12-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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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고령사회 여성인력 활용은 필수

‘여성신문’은 ‘GS리더(Gender Sensitivity Leader)의 시대’란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남성 리더들의 대여성 마인드와 함께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여성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취재하고 자료화해 평등시대 남성과 함께 윈윈 파트너십을 이루어 가는 새 어젠다를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 순서는 초대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차관을 역임했던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이다.

저출산 고령 사회의 대안 연구를 향후 연구의 중점 목표로 삼은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그가 취임한 지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 찾는 사람이 많다”며 근황을 전하는 현 원장은 2001년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초대 차관 시절부터 여성인력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 원장은 다가올 고령사회에서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그는 여성임원 할당제를 통해 여성을 조직의 허리로 적극 키워내야 하며,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통해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근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에 사회적인 관심이 모이는 것 같다.
“국가고시의 여성 합격률이 이미 30%를 넘었고 수석도 여성이 독식하다시피 한다. 또 여성경제활동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수치상으로 우리는 크게 발전했다. 그러나 조직에서 여성인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허리, 즉 관리자급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파이프라인이 형성되지 않으면 결국 인재 활용 측면에서 효과를 보기 어렵다.”

- 이를 위해 임원 할당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반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늘 하는 말이 바로 ‘여성을 뽑으려고 해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조직에서 중도에 사라지는 이유는 비전을 찾지 못해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다투지 말고 이들에게 먼저 비전을 제시해 보자. 그 첫 단추가 바로 임원 할당제이다. ‘할당제’ 용어에 반감을 느낀다면 ‘목표제’라는 말을 사용하자.”

- KDI가 고령화 사회 대안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것으로 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다. 이 문제는 출산 가정에 혜택을 주는 단순한 출산 장려책으로 극복할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핵심은 바로 ‘직장과 가정의 양립’에서 찾아야 한다. 직장과 가정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책임을 지고 꾸려나가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 고령화 사회에서 효율적인 인력 활용을 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지금의 정년보다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 한다. 임금 피크제뿐만 아니라 직급 피크제도 도입해야 한다. 사장을 했었더라도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면 그에 맞는 직급으로 옮기고 대신 직장을 보장하는 형태가 필요하다. 또한 직종 개발을 비롯해 재택근무 등 다양한 근무형태도 활성화돼야 한다.”

- 고령사회에서 여성인력 활용을 위한 맞춤 정책이 필요할 듯하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길고 전업주부 비율이 높은 한국 여성의 경우 개인의 생계를 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경력 단절을 막아야 한다. 출산 후 공백기를 거치면서 여성들은 단순노동·계약·비정규직으로 빠지게 된다. 이들이 경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최근 감성·모성적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우리는 스파르타식 리더십에 익숙했다. 그러나 이제 다양한 리더십이 필요해졌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여성을 조직의 리더로 인정하지 않았던 이유는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고 우리의 ‘사무실 밖 비즈니스 문화’의 문제였다. 전문성과 업무성과로 평가받는 비즈니스 문화가 자리잡아 가면서 여성의 세밀함이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되었다고 생각한다.”

- KDI 내 여성인력 분포가 궁금하다. 원장으로서 갖는 계획은.
“KDI 내 여성인력은 35.1%이다. 이중 여성 연구원은 50.29%에 이른다. 그러나 선임과 책임급 연구원은 각 7.89%, 4%로 적다. 이는 향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부분이다. 취임 직후 여직원들이 내게 ‘출산휴가로 인해 근무평정에서 불이익이 있다’는 건의를 해왔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성과급)을 나눠야 하는 현실에서 전체가 합의하지 않고 여직원들의 의견만을 수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직접 직원들에게 ‘눈앞의 이익이 아닌 함께 책임지는 집단’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향후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 2005년은 호주제 폐지를 비롯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대 여성부 차관으로서 감회를 말해달라.
“처음 여성부 차관직을 맡았을 때만 해도 호주제 폐지를 공론화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회적 거부감이 상당했다고 기억된다. 그 당시 여성부 직원 그리고 여성계에서도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이런 큰 성과를 이룬 것은 각계 많은 분들의 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격스러웠다.”

현정택 원장은
국가 경제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2대 원장에 취임한 현정택 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 초대 여성부 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외교통상부 대외직명 대사(경제통상) 등 국가 경제정책의 핵심 부처를 거쳤다. 2003년부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이번에 다시 국책 연구소의 수장을 맡았다. 71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93년 미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저서로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생산성 효과 분석’(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있다.

현 원장의 GS철학
여성의 경제활동, 기업 내 안정적 성장은 여성 개인 그리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각 기업의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하다. 여성을 배려해야 할 대상이 아닌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인식할 때만이 가능한 부분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은 모성보호법 등은 오히려 여성에게 손해라고 말한다. 알뜰하게 1년씩 육아휴직 줘가면서 여성인력을 활용하고 싶은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정택 원장은 ‘코끼리에게서 배우자’고 말한다.
“코끼리는 절대로 혼자 새끼를 키우지 않아요. 어미가 24시간 새끼 곁에 있다면 그 어미는 적절히 음식을 섭취할 수 없고 결국 죽을 테니까요. 그것을 잘 아는 코끼리들은 집단 내에서 다른 어미들이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남의 새끼를 돌봐줍니다. 당장에는 남의 새끼에게 젖을 주는 것이 손해인 것 같지만 멀리 보면 그래야만 집단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죠.”
현 원장은 우리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앞으로 고령사회에서 우리는 40∼50년 이상을 일하게 될 것”이라는 그는 “육아휴직 1년은 손해가 아닌 인력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그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집단에 대한 공동 책임의식을 가져야만 고령 사회에 직면한 우리 경제를 함께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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