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0일 경기도 제2청사에서 실시하는 여성 지도자 교육에 강의차 다녀왔다. 지역사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은 ‘우리 사회에 여성 인재들이 참 많구나’하는 놀라움과 ‘그 인재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이다.
민·관(民官) 파트너십의 시대라고 하지만 관의 입장에서 보면 여성들은 아직도 ‘동원’의 대상이거나 ‘참여’보다는 ‘참석’하는 집단(계명대 김복규 교수의 지적)이고, 드러나지 않게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집단이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
그런 민·관의 관계가 최근 바뀌고 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정숙영 가족여성정책실장은 “봉사라고 하지만 어떤 봉사인가, 왜 그것을 하는가, 그것이 여성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곰곰 따져봐야 한다”는 질문을 던졌다. 참으로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서 “공무원들이 일을 잘 하기 위해선 민·관 파트너십이 꼭 필요하며 지역사회의 여성들이 주체로 설 수 있어야 파트너십도 제대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사회, 특히 각 지역 사회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성(또는 성평등)의 어젠다를 형성하고 그 실현을 위해 소통과 협력의 체계를 만들어 가는 파트너십은 반드시 필요하며, 지금은 그 최적화를 위한 각 지역의 사정을 점검할 단계가 아닌가 싶다. 공공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말 얼마 안 되는, 여성의식을 가진 소수의 집단들이 상호 비판과 협력을 추구해 가기 위해서는 민(民)은 민(民)대로, 관(官)은 관(官)대로 올바른 관점을 세우고, 자기 역량을 구축하며 적절한 전략을 수립해 가야 한다.
60년대 이래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국가 주도적 근대화의 경험이 뼛 속 깊이 배인 한국 사회의 ‘민(民)’이 독자적인 관점과 역량을 가지고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과제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온갖 잡다한 연줄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지역사회에서, 사회 참여의 경험이 일천한 여성들이 공공의 영역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파트너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내년도에 실시될 지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금 각 지역 여성조직들은 묻혀 있는 보석들을 찾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여성정책 담당 부서들은 이런 작업을 어떻게 돕고 있는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는 원칙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이 시점에서 여성 과제의 실현을 위한 민·관 파트너십의 목적과 방향을 다시 한번 검토하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를 위한 역량이 얼마나 구축되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관’이 제대로 일을 해내기 위해선 ‘민’과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민’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협력을 구해 나갈지…에 관해 중앙은 물론 각 지역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민해가야 할 시점이다. 동시에 ‘민’측에 선 우리들은 운동의 관점과 자율성의 원칙을 지키면서 가용한 자원을 활용하여 우리들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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