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이어 종교계까지 반발

‘자율성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악법인가’‘투명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가’
12월 9일 본회의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한나라당이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천주교가 14일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6일까지 하루 2회 서울 시내에서 가두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이달 말까지 전국을 돌며 사학법개정안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국회 등원 거부로 13일 열린 임시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

내년 예산안 처리 지연 우려

조배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사립학교법은 어떤 특정 단체나 조직을 위한 법이 아니라 운영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제고시켜 건전한 육성을 도모하는 법”이라며 “사립학교는 정부로부터 운영비, 인건비를 지원 받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을 띤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국회는 다수결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곳”이라며 “(한나라당이) 표결로 결정된 사안을 받아들이고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조속히 등원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법안 통과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배제한 점, 대리투표 의혹 등을 제기하며 법 무효와 김원기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영숙 한나라당 의원은 “사립학교 2777곳 가운데 비리로 적발된 학교는 35곳에 불과한데 모든 사립학교를 비리와 연관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학법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권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개정 사립학교법에 명시된 2배수 추천과 개방형 이사 4분의 1은 사학법인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턱없이 부족한 제도”라고 평가한 뒤 “민주노동당은 학교 자치를 강화하기 위해서 조속한 시일 안에 학생회, 학부모회, 교직원회 등 자치기구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종교계, 대통령 거부권 요구

전국교직원노조, 참여연대 등은 “학교 민주화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소중한 단초를 마련했다”며 사립학교법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환영하는 반면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와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등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와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는 14일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 학교와 모든 사립학교의 건학 이념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킬 뿐 아니라 그 운영상의 자율성을 심히 위협한다”면서 “자율과 창의력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을 정상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조항들을 담고 있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최성규 목사도 “기독교뿐 아니라 조계종 등 7개 종단 지도자 협의회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고 사학법 개정 무효화 서명운동 등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사립학교 운영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수형 청강문화산업대 학장은 “학교 운영에 교직원, 지역사회 주민들이 참여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이해관계에 얽혀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경영에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은 불합리한 방법이며 그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고 항변했다.

사립학교 운영자, 대통령에 탄원서·위헌소송 계획

이 학장은 또 “학교를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비리를 저지른 사학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는 2006학년도부터 후기 일반계 사립고교와 중학교의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고 신입생 배정도 거부하기로 했다. 2007학년도부터는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실업계고교의 신입생 모집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 4개 사학법인단체는 헌법재판소에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한 헌법소원과 함께 법률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제기할 계획이다.

바뀐 사립학교법 주요 내용
사학이사진 25% 개방형으로 선임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사학법 개정안 수정안은 12월 9일 김원기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 재석 의원 154명 가운데 찬성 140, 반대 4, 기권 10표로 통과됐다.
사립학교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학교 구성원이 사학 운영에 참여하는 방안이 마련됐다는 데 있다. 7명 이상으로 구성된 사립학교 이사진 가운데 개방형 이사를 4분의 1 이상으로 하되, 개방형 이사 임명 방식은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로 추천하고 이 가운데 학교법인이 선임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사학의 내부 감사 기능 강화를 위해 학교법인에 두는 감사 가운데 1명을 학교운영위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한 인사로 임명하도록 했다.
현재 공립학교에만 의무 사항인 학교 예결산 학교운영위원회 자문을 필수로 했으며 학교 예결산의 전면 공시를 의무화했다.
한편 사립학교 교직원의 면직 사유에서 노동운동을 한 경우를 제외시켰으며 사립학교 교장의 임기제(4년 중임)를 도입하고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또 친인척 이사 수를 4분의 1로 제한했으며 학교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과 그 배우자의 교장 임명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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