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시설 배만 불린다”…재검토 여론 높아

민간보육시설이 늘고 있다. 해마다 2000개씩 꾸준히 늘었던 민간보육시설이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개설 조건이 까다로워진 올해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전국 보육시설 수는 2만8040개이며 이 가운데 국공립 보육시설은 1352개, 법인보육시설 1559개, 민간보육시설 1만3669개, 부모협동보육시설 31개, 가정보육시설 1만1178개, 직장보육시설 251개를 차지한다<표참조>. 정부로부터 시설과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 받고 있는 국공립·법인 보육시설은 지난해보다 각각 3개, 22개 증가한 반면, 민간보육시설은 478개가 늘었고 20명 미만의 소규모 보육시설인 가정보육시설의 경우 595개나 늘었다.
현재 국공립 보육시설에 입소하려면 “평균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일 정도로 대기자들이 줄을 서고 있는 반면 민간보육시설은 모집 정원의 80%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간보육시설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동별 지원정책 전환이 계기”
내년도 보육예산은 7928억16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32.1%(1927억2500만 원) 증가했다. 국공립 보육시설에 대한 시설유지보수비, 교사인건비 지원에 머물렀던 정부의 보육시설 지원 정책도 기본 보조금 제도(아동별 지원)로 바뀌고 있다. 민간보육시설의 질을 높이고 표준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올해부터 보육시설평가인증 업무를 시작했다.
한편 “2008년까지 국공립 보육시설을 전체의 10%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은 후퇴했다. 2006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공립 시설 신축 예산은 올해 382억8000만 원이었으나 내년엔 150만480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신축 건물 목표도 400개에서 100개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성가족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이 어려운 이유는 “민간보육사업자들의 반발이 큰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재정 부족으로 짓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은 11월 9일 “보육정책의 큰 방향은 차등 보육료 지급과 기본보조금제도”라며 “보육시설의 질 관리를 위해 해마다 8000개씩 보육시설을 점검해 3년 안에 모든 보육시설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여성가족부는 국공립 보육시설 인건비 지원을 낮추고 국공립·민간보육시설에 관계없이 기본보조금제도의 방안으로 개별아동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아동별 지원은 말 그대로 아이의 머리 수에 맞게 보육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0세부터 3세까지 영아반 어린이를 돌보는 보육시설에는 국공립, 민간 구분 없이 0세 어린이 1명당 15만 원, 2세 9만 원, 3세 6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전체 보육시설의 95%를 차지하는 민간보육시설 관련자들은 ‘대환영’을 하는 반면 국공립 보육시설 운영업자와 보육교사회, 보육노동조합 관계자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해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있었다. 반대 이유는 “민간 보육시설 쪽에 돈을 줘서 재정 상태는 좋아져도 보육교사 처우 개선은 되지 않는다”는 것. 결국 민간보육시설 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육지원비 내역 관리감독 시스템 부재”
보육교사 경력 10년차인 K씨는 “민간보육시설업자들은 대부분 회계장부 하나 갖고 있지 않다. 정부가 아동별 지원 명목으로 민간사업자에게 주는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구조”라며 “민간사업자들이 보육사업을 하는 이유는 이윤 추구란 목표 하나다”고 단언했다.
보육전문가들은 “보육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주영진 국회 여성가족위 수석전문위원은 내년도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서 “특정한 용도 지정 없는 운영비 지원식의 기본보조금 지원이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을 통한 보육의 질적 개선으로 연결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우려가 있다”며 “보조금 지원 대상, 보조금의 용도를 어떻게 제한하고 관리할 것인지 등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과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성지 여성가족부 보육정책과 과장은 “질이 낮은 민간보육시설의 난립을 막고,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관리감독하기 위해 내년부터 설치사전상담제를 도입해 설치단계부터 통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 과장은 “지원금의 경우 통장으로 입금하고 카드로만 돈을 사용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부모들로 구성된 보육시설운영위를 활성화해 보육운영을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며 “내년에 보육행정전산망이 개통되면 감시·관리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