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구 분할 결정’ 비난여론 확산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은 웃고 민주노동당, 민주당, 무소속은 울다.” 서울시자치구선거구획정위원회가 10월 24일 발표한 자치구의원 선거구획정 잠정안에 대한 각 당의 반응이다.
‘기초의원 4인 선출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내용의 잠정안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전체 지역구 162곳 중 ‘2인 선거구’가 120곳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외 42곳에서 3명을 선출하며 4명을 선출하는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 자치구 의원은 모두 419명이며 비례대표는 53명, 지역구 의원은 366명이 된다.

민노당, 법적 소송 등 강력 대응

내년 5월 3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 앞둔 상황에서 발표된 잠정안은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역활동가 출신으로 구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K(41)씨는 “지금이라도 정당에 가입해야할지 고민된다”면서 “한 지역구에서 2명을 뽑으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당선될 게 뻔하지 않으냐”며 한숨 쉬었다.
소수당인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역시 마음이 바쁘다. 정호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선거구획정 잠정안은 시민사회단체, 여성 등 정치 신인들의 정계 입문을 가로막는다”며 “소선거구제의 폐해로 지목됐던 사표 방지와 다양한 정치세력의 정계 진출이란 목적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잠정안이 그대로 서울시 의회에서 통과돼 조례로 확정될 경우,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7대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6월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지방선거와 관련한 주요 내용은 기초의원 정당공천 및 비례대표 10% 도입, 광역의원 선거 현행 유지, 단체장 3선 연임제한 등이다. 공직선거법 개혁 방향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강화, 선거운동의 자유확대, 정책선거 구현, 투표율 높이기 등으로 정리된다. 

획정위 명단·절차도 비공개

국회는 정치세력의 다양화를 목표로 기초의원에 한해 선거구당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전국 16개 시도 광역자치구들은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지역구를 나누고 의원정수를 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0월 26일 현재 서울, 부산, 대전, 충북이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했다. 대전과 충북은 5인 이상을 선출하는 선거구가 있는 반면, 서울과 부산은 2인 선거구가 대다수를 차지해 선거결과 거대 양당의 독식이 우려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지난 9월부터 활동에 들어간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위원 명단과 회의 결과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선거구획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개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선거구획정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외압을 받지 않기 위해 공개하지 않았다”며 “10월 31일 최종안 발표 때 위원 명단과 그간의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1명으로 구성된 서울시자치구선거구획정위원회는 시의회, 광역선거관리위원회,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광역단체장이 임명한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발표한 최종안이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되면 조례로 만들어져 내년 지방선거 때부터 적용된다. 

“4인 선출 선거구 유지돼야”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공청회를 개최해 폭넓은 의견 수렴을 해야 함에도 5개 정당, 25개 자치구 의회 등 기득권을 갖고 있는 단체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잠정안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선거구획정위원의 비민주적 운영과 다양한 정치세력 및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의원정수 산정에 있어 ▲자치구별 기준과 자치구 내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 공정성과 타당성 확보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와 지방의회 개혁, 발전을 위해 4인 선출 선거구 유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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