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 갈망 여성 유권자 “환영” 속 해결과제 산적

스웨덴의 정당정치가 급변하고 있다. 총선까지 꼭 1년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2개 정당이 새롭게 내년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그 중 하나가 9월 9일 첫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3명의 공동 의장을 선출해 정식 정당의 골격을 갖춘 ‘여성당(FI:Feminist Initiative)’이다.
여성당은 좌익당의 전 당수였던 구드런 슈만(Gudrun Schyman)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있다. 슈만은 스웨덴 국민에게 ‘빨간 루주’의 여성 정치인으로 소련과 공산주의의 붕괴로 최대의 위기를 맞은 좌익당을 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 동안 이끌었던 저력 있는 정당 지도자로 스웨덴 유권자에게 각인돼 있다. 이미 쇠망한 좌파이론 정당의 수장으로서 대담하고 솔직 담백하며, 달변의 토론가로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슈만은 좌익당의 당수 재직 시 “알코올 중독으로 당수직을 수행할 수 없어 완전 치료 후 정상인이 되어 다시 국민 앞에 서겠다”고 선언한 후 홀연히 정치를 떠났던 경력이 있다.
국민은 솔직한 그녀의 충격적인 고백에 용기와 찬사를 보내줬다. 다시 좌익당 당수로 돌아온 후 당수직을 떠날 때까지 10%대의 제3당으로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만 원 상당의 허위 세금 신고로 당수직을 물러나게 된 슈만은 스웨덴 정치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슈만은 좌익당의 당수직을 불명예로 내놓은 지 2년 만에 다시 여성당 당수로 복귀함으로써 다시 유권자의 심판을 통해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성당은 설립 초기 때부터 스웨덴 유권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당 골격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최근 1년 동안 줄곧 12%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기존 정당들이 여성의 권익을 위한 대변자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하고, 여성에게 불합리한 차별적 요소의 개선과 개혁이 기존 정당들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판단이 10%대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그리 여성당에 달갑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첫 전당대회가 치러진 9월 9일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는 연초의 10%대 정당 지지도에서 반 이상 줄어든 5% 정도로 급락했다. 지지층도 대학생 및 고학력자, 도시 거주자, 친환경적 시각을 가진 특수 여성층에 한정돼 있다. 갑자기 지지도가 급락한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기존 정치에 식상한 여성 유권자 중 새로운 정치적 세력의 등장을 고대했으나, 유권자들이 당 색깔과 정당정책을 확인하면서 정당 지지를 기존의 정당으로 다시 복귀하는 유(U)턴형 혹은 최근 총선거 출사표를 던진 급진보수 신흥 정당으로 지지를 선회하는 새정당 선호증후군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즉 정치세력화 이전에는 신선한 충격파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해준 것은 사실이나, 여성당이 꺼내든 카드들이 아직 기존 사회적 기준에 너무 파격적인 내용이라는 점으로 인해 유권자들은 여성당의 급진성에 우려의 시각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당은 최근 주요 정책의 하나로 기존 성문화의 벽을 허물기 위해 여성, 남성 이름의 혼용이나 결혼제도의 폐지 등을 주장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둘째, 여성당의 상임위원의 면면이 신문지상에 소개되면서 유권자들은 대학교수 및 전문직 중심의 성공한 여성의 정당이라는 엘리트 정당의 인식이 팽배해짐에 따라 여성당 출범시 탄탄한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탈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또한 스웨덴 페미니즘의 대가인 에바 비트 브라스트렘의 상임위 이탈 및 권력 내부의 분열 조짐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스웨덴 정당제도는 좌우의 스펙트럼에서 7개 정당이 공존하고 있으나 여성당을 포함한 새로운 2개 정당이 총선에 참가함으로써 정치적 상황이 불투명하게 전개되고 있다. 만약 여성당이 슈만의 정치적 역량의 발휘와 유권자들의 지지로 의회에 진출한다면 사민당, 녹색당, 좌익당 등의 기존 정당들과 함께 좌익당 계열의 정당들은 더욱 분열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여성당의 지지층이 기존 좌익 계열의 정당들과 상당히 중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새롭게 도전장을 낸 우익 급진정당인 ‘6월정당명부당(Junilistan)’의 의회 진출 여부와 함께 스웨덴 정치는 최근 독일 정치에서 경험한 정부 구성의 어려움과, 좌우를 넘나드는 정당 공조 등으로 인해 좌우 스펙트럼의 붕괴와 소수 정당들의 난립으로 인한 정국 불안정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년 후 사민당 중심의 좌익정부 혹은 보수당 중심의 우익정권이 들어설 지 여부는 여성당의 의회진출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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