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용 시사평론가
정관용 시사평론가
  • 글=임현선 기자 sun5@, 사진=정대웅 기자 asrai@
  • 승인 2005.10.14 15:29
  • 수정 2005-10-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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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세상도 토론회처럼 ‘여성발언’ 공평해야

올해 3월 호주제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남녀평등 시대에 새로운 전환기가 마련됐다. 이제 여성들 못지않게 남성들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생활 속 평등문화 정착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 주류를 형성하는 남성 리더들의 새로운 역할 찾기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논의도 거듭되고 있다. ‘여성신문’은 ‘GS리더(Gender Sensitivity Leader)의 시대’란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남성 리더들의 대 여성 마인드와 함께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여성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취재하고 자료화해 평등시대 남성과 함께 윈윈 파트너십을 이루어 가는 새 어젠다를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 순서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지닌 시사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한 정관용씨다.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와 청취자들이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의 빈틈을 점검하고 자신의 생각을 더 훌륭한 것으로 만들기 바란다.”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거의 매일 토론하는 남자 정관용(43)씨. 올해로 시사프로그램 진행 10년째를 맞은 그는 매주 월∼금요일 저녁 KBS 1라디오 열린토론의 진행자로, 금요일 밤에는 KBS 1TV 심야토론 사회자로 활약하고 있다. 부침이 심한 방송계에서 10년의 기간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정씨의 진행 솜씨가 뛰어남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토론자들의 말을 적절히 요약하면서 상대방의 반론을 이끌어내고 말이 늘어질 때는 적절히 끊는 등 매끄러운 진행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정씨를 10월 10일 만났다.

-10여 년간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토론 프로그램이니까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이미지가 중요한데, 내게 그런 이미지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는 연사들이 자기 얘기 잘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토론 프로그램을 듣거나 보면서 나름대로 잘 판단하도록 하는 게 사회자의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있는 듯 없는 듯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론 프로그램에는 주로 남성들이 출연한다. 여성 패널을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남성들이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다보니, 여성보다는 남성이 많은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그래서 남성이 더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최근엔 여성들의 출연이 늘고 있다. 최근 진행한 프로그램에선 4명의 패널 중 여성이 3명이 된 적도 있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도 대부분 남성인데, 요즘엔 여성 후배들이 시사평론가가 되고 싶다고 자문을 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몇 년 뒤엔 여성 진행자가 많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시사문제 하면 40대 이상 남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여성들이 시사문제를 친숙하게 느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시사는 매일 흘러가는 뉴스의 흐름을 따라잡아야 이해가 가능하다. 최소한의 기본 지식이 없다면 흥미를 갖지 못한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관심을 갖듯이 신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시사문제가 그만큼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이 많이 늘었다. 시사평론가로서 17대 국회를 평가한다면.

“국회의원 하면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권력의 상징과 일꾼의 상징이 그것인데, 16대 국회 때보다 권력의 이미지는 줄어들었고 일꾼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바람직한 일이다. 여성 의원 수가 늘어난 것도 이런 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여성 문제 중 우선 순위로 꼽는 것이 있다면.

“채용, 승진 등에서의 성차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여성 문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근 몇 년 새 우리 사회의 이혼율이 급증하고 출산율이 급감한 통계자료를 보면서 매우 심각하다는 걱정이 앞선다. IMF관리체제, 경제 위기도 이런 현상의 원인이지만 개인적으로 여성운동도 저출산율, 고이혼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여성운동은 남녀평등, 여성권익 신장 쪽으로 움직였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면서 ‘무엇이 21세기형 행복한 가정인가’를 고민하길 바란다. 여성의 관점을 뛰어넘어 가족 공동체의 관점에서 여성운동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사회 지도자들을 만날 것 같은데, 올바른 리더상에 대한 고민도 할 것 같다.

“리더의 주요 덕목은 비전과 포용이다. 시대를 앞서서 제시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다. 20세기 인류 역사는 갈등과 투쟁의 역사였다. 21세기형 리더는 통합과 평화란 비전을 갖고 적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10여 년을 지냈다. 큰 영향력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당신을 리더라고 부른다.

“나 스스로를 리더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로 살길 바랄 뿐이다(웃음).”

-지금까지 가장 큰 영향을 준 멘토가 있다면 누구인가.

“인복이 많았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단 한 명을 꼽으라고 하면 홍성우 변호사다. 나보다 스물네 살이 많은 대선배인데, 군부독재시절엔 시대가 요구하는 일에 자신을 던졌다. 권력에 대한 욕심도 없고, 사람들을 넓은 마음으로 아우를 수 있는 인간미를 지닌 분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정치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지난 2000년에 ‘방송을 통한 시사평론을 30년간 하고 싶다’고 목표를 세웠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앞으로 20년은 시사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좋은 글도 쓰고 싶다.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될 생각은 전혀 없다. 체질적으로 정치인과 나는 안 맞는다.”

정관용의 평등사회 제안

“우리 전래동화에서 ‘콩쥐 팥쥐’는 사라져야 한다.”

정관용씨는 99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우울한 세상과의 따뜻한 대화’(사람과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재혼 가정이 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채 편견을 심어주는 동화란 생각 때문이다.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던 친구에게 좋은 애인이 생겼다. 이 친구가 재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초등학생 아이가 ‘콩쥐 팥쥐’ 동화 내용을 이야기하며 새어머니가 생기면 자기를 구박할까봐 두렵다고 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쌓인 뿌리깊은 편견이 어떻게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한 치의 빈틈도 없어 보이는 정관용씨의 가정생활은 어떨까?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머천다이저로 일하는 아내 고재희씨가 출장을 가거나 야근을 할 때 아이를 챙기는 것은 당연히 정씨의 몫. 주말은 대부분 가족과 보낸다.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이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기도 하지만 여성 개인의 삶에도 좋지 않다는 게 평소 생각이다. 여성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를 개발하고 성장해나가야 하고 기회를 가져야 한다.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아내에게 직장생활을 권했고 지금도 지지하고 있다.”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하는 정씨에게도 싫은 여성상(?)이 있다.

“입만 열면 성평등적 발언과 주장을 하지만 한 조직 내에서 여성이기에 갖게 되는 특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부류의 여성이 있는데, 이런 여성들 정말 싫다.”

중·고등학교 시절, 문학 소년이었던 정씨의 꿈은 시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능력이 부족함을 절감해 꿈을 접었다”며 쑥스러워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나뭇잎’. “발음할 때 기분이 좋다. 짧은 단어 안에 다양한 문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신기하다. 내겐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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