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노벨상에 도전하는 여성 과학기술인

1901년 노벨상이 제정된 이래 개인 수상자는 모두 748명. 이중 여성은 33명이고, 과학분야 여성 수상자는 12명에 불과하다. 여성 과학기술인이 노벨상을 받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최근 한국의 젊은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논문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생명공학계에서 여성 과학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김빛내리(36)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생명 현상의 열쇠인 ‘마이크로 RNA의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2003년 9월 이를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제2의 황우석’으로 떠올랐다. 한국과학재단이 지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 교수는 국내 과학자 가운데 세계적인 바이오 전문 저널에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학자로 기록됐으며, 지난해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선도과학자’ 25명에도 포함됐다.

서울대는 지난 4월 ‘스타교수 육성 프로젝트’를 도입하면서 첫 사업으로 예산 100억 원 중 31억 원을 김 교수가 근무하는 생명과학부에 집중 지원하기도 했다.

미국 베일러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수경(29) 박사는 생물학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셀’ 등에 35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베일러 의대 사상 최고의 초임 교수 연구비를 받고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이 교수는 지난 6월 퓨 자선재단(Pew Charitable Trust)이 미 전역에서 임용된 지 3년 이하의 조교수 중 가장 재능 있는 15명에게 수여하는 ‘퓨 스칼러(Pew Scholar)’에 선정돼 24만 달러의 연구비를 부상으로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마치오브다임재단의 ‘2005년도 베이질오코너 스칼러’에 선정돼 15만 달러의 연구비를 부상으로 받는 등 한 해에 2개의 저명한 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이 교수는 지난 1월 수정란에서 신경세포가 발생하는 것을 조절하는 효소를 찾아냈다. 이를 활용하면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체 밖에서 뇌세포를 배양할 수 있게 되어 뇌세포가 손상된 환자나 치매 환자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의 김영기(43) 교수는 과학전문지 ‘디스커버’가 2000년 10월호에 발표한 ‘향후 20년간 세계 과학 발전을 주도할 20명의 과학자’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에는 미국 물리학회가 선정한 우수한 연구업적을 낸 5명의 회원 중 한 명으로 미국 물리학회(APS) 펠로가 되었고,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여성과학기술자상’과 ‘슬로언 펠로십’을 받았다. 현재 김 교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물리 실험기구를 갖춘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의 ‘양성자·반양성자 충돌실험그룹(CDF)’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12개국 62곳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모인 전문가 850여 명을 총지휘, 물질을 이루는 소립자인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충돌시키고 여기서 나오는 조각들을 조사해 150억 년 전 대폭발로 시작된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영남대 해양과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인 김미경(44) 박사는 2003년 여름 미국 마르퀴스 후스후 이공학분야(Who's Who in Science and Engineering) 7차 개정판(2003∼2004)에 세계적 과학자로 등재된 바 있다. 또 영국 IBC 세계인명사전 2004년도 판에 ‘올해의 국제과학인’으로 선정돼 세계 양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되는 기록을 세웠다. 김 박사는 바다와 육상 수계의 미세조류 생리생태학 및 배양기술 연구개발 분야에서 과학기술논문색인(SCI) 국제논문 및 국내 학술잡지, 국내외 학술대회 등에 발표한 연구논문이 50여 편에 달하고, 관련 특허도 4건이나 출원하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혜숙 이화여대 와이즈거점센터 소장은 “최근에는 1, 2명의 천재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예보다 학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융합과학·대형 프로젝트에 의한 공동수상이 많다”면서 “이런 경향에 발맞춰 포용력과 다양성을 지닌 여성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정확한 시기를 점칠 수 없지만 조만간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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