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에 내놓은 첫모습 ‘0’호
여성신문은 각계 인사 700여 명의 창간 발기인이 참여해 국민주 형식으로 태어났다. 강기원(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장), 김애실(국회여성가족위원장), 박경리(작가), 신인령(이화여대 총장), 유승희·이은영(열린우리당 의원), 이혜경(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장), 장상(전 이화여대 총장), 장필화(이화여대 대학원장), 정현백(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조혜정(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지은희(전 여성부 장관), 한명숙(열린우리당 중앙상임의원), 한완상(전 국무총리) 등 발기인들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리더들이다. 타블로이드판 20면(주간)으로 발행된 여성신문은 정치, 사회, 문화 각 분야의 문제를 ‘여성의 눈’으로 보자는 것이 모토였다.
제0호의 대표 특집은 ‘여성정치역량과 13대 국회’로 이미 17년 전부터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주요 이슈로 다루었다. 13대 국회에서 ‘가족법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윤락행위 방지법 폐지 혹은 개정’ ‘에이즈 예방법 제정’ 등 여성관련 법안 통과의 필요성과 여성 의원의 연대 움직임을 소개했다.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당시 평화민주당 의원)은 ‘여야 여성 의원들의 전략’을 제안하고,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당시 한국외국어대 법대 교수)은 ‘여성과 정치’ 논단을 통해 ‘여성 유권자의 힘’을 강조했다.
사회면에서는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변월수 혀 깨문 사건’을 다뤘다. ‘2천만 여성이 분노한다’는 제하의 이 기사는 성폭력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사회 이슈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88년 9월 귀가 중 강제추행하려는 두 명의 청년 중 한 명의 혀를 깨물어 자기방어를 한 변월수(당시 33세)씨에게 재판부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죄’를 적용해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이 사건은 영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원미경 주연)’로 제작될 정도로 사회적 파문이 컸다. 당시 피해자 변월수씨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실과 목숨을 바꾸겠다”며 “공소장과 판결문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호소했다.
이밖에 문화면에는 ‘여성 예술 운동의 대중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젊은 여성 예술문화인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풀어냈고, 당시 최고의 인기를 모았던 TV 프로그램 ‘김미화의 순악질 여사’ 캐릭터 분석, 88서울올림픽 여성 선수들의 활약상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슈를 성 인지적 시각으로 담아냈다.
다시 읽는 창립취지 발기문
취지문은 우선 한반도 오천 년 역사 현실 속에서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부조리와 과오는 ‘모든 정치적 영역에서 여성의 소외와 비인간화’사실에 있음을 선언하고, 이천만 여성의 인권과 소리를 대변할 소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어 “여성신문의 창간은 여성들만의 울타리를 넘어 평등과 자유가 균형을 이룬 사회를 갈망하는 민주의지이며, 미래 사회를 향한 여성의 비전이고, 인간 회복의 역사를 실현할 민족언론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취지문에서는 여성신문의 5대 편집 원칙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여성신문은 가부장권 문화를 철저히 배격하고, 이를 초래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제 요인들을 여성 해방적 시각으로 분석·비판하는 대안적 언론 기능을 수행한다.
둘째, 여성신문은 ‘일하는 여성’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부각함으로써 정치·경제·사회·문화 주체로서의 여성관을 재정립해 간다.
셋째, 여성신문은 자녀 교육에 따른 제도 변화와 민주적 가정문화 창달을 위한 여론 형성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며, 세계 여성들의 삶과 고민을 나누는 장을 마련한다.
넷째, 여성신문은 한국 여성운동의 다양한 흐름과 실천적 주장을 수행하고, 언론기능은 물론 여성의 잠재능력이 정치역량으로 직결될 수 있는 여론을 주도한다.
다섯째, 여성신문은 환경오염, 가정폭력 및 성폭력, 자원고갈, 소비자 보호운동, 반핵운동 등을 생명보호 운동 차원에서 적극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