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의 삶 보내려면

성남시 분당에 거주하는 구훈모(67)씨는 87년 49세 나이에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에 입학, 50대부터 여성학자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대학 강단, 가정상담소 상담위원과 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등의 사회 활동과 함께 은학복지관에서 은퇴 노인들의 커뮤니티 ‘은학포럼’ 참여 등으로 노년의 새로운 삶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 또한 은퇴한 남편은 대기업 간부로서의 경험과 리더십을 살려 마을 경로당에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비율이 2005년 9.1%, 2010년 10.9%, 2030년에는 24.1%로 그야말로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게 된다. 평균수명이 80세 이상으로 연장되고 은퇴 나이는 빨라짐에 따라 20년 이상으로 늘어난 노년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각종 커뮤니티 활동이다.
노인들의 커뮤니티 활동은 노인종합복지관이 활발히 설립되던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복지관에서 마련한 각종 프로그램을 수강하던 노인들이 동아리와 자원봉사단을 결성해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경 사회복지사는 노인 커뮤니티를 복지관을 통한 지역단위의 활동과 일선에서 은퇴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만든 ‘포럼’ 형태로 구분했다. “포럼의 경우 구성원들의 사회의식과 추진력이 높아 시국성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올해로 설립 6년을 맞은 성북노인종합복지관에선 2000년 결성된 ‘은빛봉사단’에서 활동하는 40여 명의 노인이 봉사활동을 전개해왔다. 홍희자 팀장은 “이들은 자기 만족감과 관계성에서 일반 노인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며 “특히 여성이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
2001년 설립된‘21세기실버포럼’은 전대련 서울 YWCA 회장과 김숙희 전 서울 YMCA 회장을 주축으로 은퇴한 시민운동가들이 만든 노인시민운동단체이다. 우재령 사무부장은 “300여 명의 회원이 비인가 노인시설, 저소득층 공부방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한 봉사에 주력한다”고 전했다.
같은 해 시작된 ‘한국씨니어연합’은 중산층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신용자 상임대표는 “직업활동뿐 아니라 복지시설이나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 등 제2의 인생을 적극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다. 92년 PC통신 하이텔에 개설됐던 ‘원로방’(club.paran.
com/ newsilver)은 가장 오래된 온라인 커뮤니티. 젊은 층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장년층 이상 사용자가 10만 명에 달하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2004년 10월 ‘어르신 인터넷 과거시험’을 개최해 노년층의 인터넷 활성화를 도모했다.
한편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단체라는 비판도 있지만 대한노인회 등 기존 이익단체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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