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 최초’ 기록한 과학기술인

‘여성 최초’를 기록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개척한 여성 과학기술인들은 누굴까.

1900년 미국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현 존스홉킨스의과대학)을 졸업한 김점동(박에스더, 1877~1910)은 한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인으로는 서재필에 이어 두 번째 의사가 됨으로써 한국의 첫 여성 과학자로 기록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박사는 자세한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929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공중보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송복신이다. 우봉금은 일제강점기에 공업조사시험기관인 중앙시험소에서, 광복 후에는 중앙공업연구소에서 활동한 최초의 근대적 여성 기술자였다.

김삼순은 실질적인 최초의 여성 과학연구자로 꼽힌다. 농학 분야 첫 여성 박사인 그는 1943년 일본 북해도제국대학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66년 일본 구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서울대와 서울여대 등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였다.

생물학 분야의 첫 여성 박사는 5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유한으로 추정된다. 화학 분야의 첫 여성 과학자는 같은 시기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모정자로 알려졌으며, 60년대 초 장혜원 박사 역시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나 이들은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현지에 남아 활동했다. 이 분야의 실질적 선구자는 60년 후반 미국 테네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수자 경희대 교수를 꼽을 수 있다. 조균행 박사는 60년대 초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해 물리학 분야 최초 여성 박사로 기록됐다. 공학분야는 박순자 박사가 71년 서울대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음으로써 공학분야 첫 여성 박사로 추정된다.

과학기술계에선 아직도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여성들의 배출이 계속되고 있다.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여성 최초로 대통령 보좌관에 임명됐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김화중 대통령비서실 보건복지특별보좌관은 참여정부 최초 여성 특보이다. 나도선 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과학기술부 산하 첫 여성 기관장으로서 86년 국내 최초로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시켰다. 김혜원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장은 기술직 여성 공무원 중 최초로 1급에 승진했고, 김정숙 박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최초의 여성 청장이다. 조해월 박사는 지난해 국립보건원이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될 때 국립보건연구원 초대원장에 취임했다. 민병주 원자력연수원장은 원자력연구소의 첫 여성 간부이며, 장경순 조달청 제주지방청장은 최초 여성 지방청장, 박수경 교수는 KAIST 기계공학과 설립 34년 만의 최초 여성 교수로 기록된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초대 회장이자 명예회장인 오세화 박사는 한국화학연구원의 첫 여성 연구원이며, 국내 최초로 ‘염료염색가공연구실’을 설립해 수입에 의존하던 섬유연료의 국산화를 성공시켰다.

한국의 초기 여성 과학기술자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는 김근배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 과학기술 관련 전문학교로는 경성여자의학강습소밖에 없던 시절 ‘여성 최초’를 기록한 과학기술인들은 혼자 힘으로 학문을 개척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광복 후 체계적인 과학교육이 이뤄졌다고 해도 ‘과학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은 상황에서 이들의 노력으로 후배들이 과학기술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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