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해·존중·배려’ 인간관계 기본 지키자

올해 3월 호주제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남녀평등 시대에 새로운 전환기가 마련됐다. 이제 여성들 못지않게 남성들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생활 속 평등문화 정착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 주류를 형성하는 남성 리더들의 새로운 역할 찾기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논의도 거듭되고 있다. ‘여성신문’은 ‘GS리더(Gender Sensitivity Leader)의 시대’란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남성 리더들의 대 여성 마인드와 함께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여성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취재하고 자료화해 평등시대 남성과 함께 윈윈 파트너십을 이루어 가는 새 어젠다를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 순서는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힘쓰는 조영황 국가인권위 위원장이다.

조영황(65)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대화를 나눌수록 인권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내에게 “야∼” 등 반말을 막 하고도 고칠 생각을 안 하거나 술 먹고 귀가해 아내의 친정을 비하하는 말 등을 하는 것도 다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하고, 또 살맛 안 나게 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로 간주한다.
88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에서 지금의 특별검사 역인 공소유지 변호사로 활약하면서 여성인권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는, 이후 지금도 당시 실무자들의 이름을 낱낱이 기억할 정도로 90년대 초 설립된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에 깊이 관여했다. 올 6월부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부로부터 성희롱 성차별 업무를 인계받은 것을 계기로 “여성부보다 더 잘하려 하고 있다”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조 위원장은 국가인권기본정책 초안에 포함돼 최근 논란이 된 낙태 범위 확대 및 안락사 문제에 대해선 검토 중인 사안으로 논의 시작단계일 뿐이라며 “인간 생명과 존엄성에 배치되는 문제는 빼야 한다는 것이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요즘 부쩍 국가인권위원회에 여성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성부에서 성차별 성희롱 업무가 위원회로 이관돼 일원화됐는데, 이에 대한 장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여성 차별이나 성희롱 등은 크게 보면 일반적 차별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여성부는 여성에 초점을 맞춰 성차별, 성희롱을 주로 다뤄왔지만, 이제는 여성이면서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라는 등의 여러 가지 인권문제가 겹친 복합차별문제가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 장애인 문제도 ‘여성’과 ‘장애인’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하는데, 이 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다룰 때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권고’ 기능에 대해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정명령권과 강제권은 사법부의 기능이다. 오히려 권고 기능을 통해 사법부보다 폭넓게 다룰 수 있다. 강제권보다는 자체 시정의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이참에 위원회가 여성인권 감수성에 대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일반에 보급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남성들의 성희롱, 성차별 행태에 대해 한번 생각을 달리 해볼 필요가 있다. 요는 이런 행태가 남성들의 무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회변화를 수용 못 하거나 좀 늦거나 하는 것도 원인으로 많이 작용한다. 남자들에게 무엇이 성희롱이고 성차별인지 가르쳐주는 교육이 상당히 필요하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특별검사 역으로 여성계에 깊이 각인돼 있는데, 이 사건은 이후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이 사건 전까지만 해도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건은 전 국민적 관심이 됐고, 특히 언론 쪽에서 지지해줘서 기자들이 거의 경호원 역할까지 해줄 정도였다. 당시 전근대적 사회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수사기관에 의한 고문이 사회 문제화됐었다. 그 고문을 우리 스스로 우리 사회에서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일어났을 때 한 여성에 대한 ‘성고문’이란 말은 듣기도 거북할 정도로 끔찍했다. 이 사건은 고문의 시대를 어느 정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계속해 여성인권을 위한 활동에 관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들이 좋은 일 하자고 하면 거절 못한다(웃음). 한국성폭력상담소 일을 꽤 거들었고, 대다수 활동가들이 여성인 소비자운동, 어린이 도서연구회 일에 오랫동안 관여해왔다. 여성들이 하는 일은, 가정살림 경험이 도움이 되는지 몰라도 남성들보다 훨씬 운영을 잘한다. 남자들이 어떤 일을 시작하면 으레 얼마 있다 없어져버리고 지속하지 못한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이 하는 것을 보면 재정을 자립시켜 계속적으로 발전해 나간다.”

-성폭력특별법을 마련할 당시 태스크포스팀에서 활동하신 걸로 안다.
“그 때는 참 어려웠다. 지금도 기억나는 논쟁이 ‘강간’을 어떻게 보느냐였다. 당시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것도 강간’이라고 주장하니, 아무도 못 알아들었다. 그때도 여관 강간, 데이트 강간, 부부 강간까지 논의됐었다. 국회 법사위까지 이 문제를 들고 갔으나 ‘쓸데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성폭력에 대해) 전혀 감이 안 왔을 때니까. 지금은 다행히도 성폭력 문제가 많이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 여성인권 문제는 낯설더라도 자꾸 자꾸 문제를 제기해나가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돌파구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일제강점기 때 독립선언문에 ‘2000만 동포 여러분’이라는 말을 보면 2000만을 가지고도 잘 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인구가 늘어난다고 산아제한을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갑자기 저출산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많이 낳아야 한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저출산 문제는 우리가 그 근본부터 깊이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고려할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0%가 여성으로 여성파워가 센 조직으로 안다. 타 기관에 모범이 되도록 여성 비율을 50%까지 높이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지 않은가.
“여성 비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여성 간부직 비율을 늘리는 것이 더 급선무다. 이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남녀가 차별 없이 지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이상향으로 추구하는 조 위원장은 자신도 “결혼생활 40여 년을 넘긴 요즘에서야 아내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개인 삶에서건 사회생활에서건 “서로 이해하고 존중, 배려하려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은 그가 몇 번이나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남녀평등 사회 위한 조 위원장의 이색 제안

조영황 국가인권위 위원장은 작지만 실생활에서 실현 가능한 세 가지를 남녀평등 사회 기초 닦기로 제안하고 있다. 이들 제안은 때론 개인적 결단으로, 때론 사회적 공감대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첫째, 새해 첫날 부부 간 ‘맞세배’를 하자.
조 위원장 부부는 정초엔 으레 부부 간 맞세배를 한다. “같이 세배합시다”하면서 한번 그렇게 하고 나면 일년을 긴장 상태에서 서로 함부로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결혼 전 예비신랑 교육부터 시키자.
그에 따르면 예지원 같은 데서 신부교육만 시킬 것이 아니라 정작 남성들부터 교육시켜야 한다. 그래야 기존 시집문화가 바뀌면서 그나마 결혼생활 초기 서로에게 잘 적응할 수 있다. 이제는 여성인권도 큰 틀에서 자꾸 큰 것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실제적으로 문제를 보고 세부적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해결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을 일년에 한번은 고향에 보내주는 운
동을 전개하자.
사람답게 사는 권리 중엔 고향에서 살 권리도 있다. 외국인 여성들은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국에 왔고, 고향에서 살 권리를 박탈당한 상태다.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라도 친정이 있는 고향에 일년에 한 번은 보내줄 정도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외국인 여성들이라도 돌아갈 고향이 있다면, 감히 한국인 남성들이 그들을 무시하고 학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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