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임시국회서 호주제 폐지 법안에 대해 설명을 하자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법안에 찬성하는 남성 의원들의 ‘거시기’를 떼버려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해프닝을 보면 김 의원은 여성계의 숙원인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반여성적 의원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그랬던 김 의원이 이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 소식을 들은 현정은 회장과 박근혜 대표는 과연 반가울까. 이 같은 현상을 보면서 ‘여성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김용갑 의원이 15일 ‘남자 정치인들, 현정은 회장 좀 보고 배워라!’의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의 논지는 여성들이 ‘원칙을 지킨다’는 것. 이 대목에서 김용갑 의원이 페미니스트로 커밍아웃하는 것처럼 읽혀진다.
김 의원이 현 회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는 글을 올린 현 회장의 굽힘 없는 행보 때문. 심지어 그는 “솔직히 내가 대한민국 남자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DJ 정권에서 처음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래, 남북경협을 주도했던 남자들은 단 한 번도 북한에 이렇게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적이 없다. 오히려 북한 눈치나 보고, 김정일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우리 기업의 정도경영 의지를 격려하기는커녕, ‘어처구니없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현 회장을 공격하고 거꾸로 북한 편들기에 바쁘다”고 덧붙인다. 결론은 이번 분쟁에서 현 회장의 ‘원칙’이 승리하고 남자들이 망쳐놓은 남북경협의 질서를 여성들이 바로잡기 바란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다른 여성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국가보안법을 끝까지 지켜냈던 사람이고 ‘국민의 뜻을 전하겠다’고 청와대에 들어가서 꿋꿋하게 할 말을 다하고 나왔다”며 감탄 섞인 찬사를 보내고 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행태는 특정 사안에 있어서 ‘개혁 대 반개혁’의 구도가 대립적으로 존재할 때, 반개혁적이거나 어중간한 위치의 여성을 앞세워 이를 여성 대 남성의 대립 구도로 몰고 가는 ‘여성주의 본질 흐리기’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정은 회장의 속내와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박 대표의 ‘국보법 수호’부분에는 확실히 이 공식이 적용된다. 때문에 박 대표도 김 의원의 애정 표시가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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