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남녀차별은 내 상식에 어긋나”

요즘 정가에서 ‘태풍’을 몰고 다니는 사람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이다. 불법 도청 X파일 사건과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을 산 전·현직 검찰 간부 7인의 실명과 녹취록을 공개해 일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만난 노 의원은 “오늘도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감옥으로) 면회와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는 농담반 진담반 말부터 던졌다. 

그의 폭탄 발언과 당당한 자신감은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 이어 서울시장 후보 2위를 차지한 소감을 묻자 “강 장관이 (내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간다면 나 역시 출마하겠다. ‘찬조’후보로 나와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으니까”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강 장관 임명은 노 대통령이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고까지 말한다. 8월 25일 TV로 생중계된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선 “국민에게 자극을 잘 주는 대통령”이라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상당히 친여성적인 정치인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페미니스트적 면모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다면.

“사회에 눈을 뜨면서 내게는 너무나 상식인데 우리 사회에선 안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남녀문제란 걸 알았다. 우리나라에는 (남자와 여자라는) 두 종류의 국민이 있는 셈이다. 사회 정치적으로 강자인 남성이 봉건문화, 유교문화, 가부장적 질서 등 힘과 폭력에 의해 차별과 억압구조를 만들어 간다. 현실 속에서 이 같은 의문점들이 다 해결이 안 됐기에 창비(창작과비평)에서 나온 ‘여성’이란 계간지를 읽었는데, 이 책이 내가 접한 최초의 페미니즘 책이었다. ‘여성’ 공부는 그렇게 했다.”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 새로운 신분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9월 중 목적별신분등록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호주제는 법 제도적으로 없어져도 사회문화와 의식 속에 살아있다. (호주제 이후 대안인) 정부안에 보면 본적이 여전히 살아 있다. 행정제도로서 호주제 폐지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 잔재를 문화적으로도 청산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성매매방지법 집행 당시 논란이 많았는데, 아직까지도 이 법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특히 남성들 중에 많은 것 같다.

“(매춘이) 5000년 역사(?)를 가진 직업이라고들 하는데, 그렇기에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지 않고 미뤘으면 나았느냐? 결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법 제정 당시 여성부 장관이 사석에서 이 법을 만들어 성매매가 현재의 3분의 1만 없어져도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지금은 단속이 초기만큼 강하진 않고, 음성적인 성매매 행위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겠지만, ‘성매매가 불법이다’란 사회적 교육 효과는 분명히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출산국이란 발표가 충격을 줬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저출산 문제는 남녀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들이 어렵고 두려워서 애를 안 낳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문제는 경제 발전에 비해 대단히 열악하다. 저출산 위기? 사회가 스스로 곰곰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그러기는커녕 저출산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린다면 그야말로 ‘사돈 남 말하는 격’이다. 이제 여성들의 모성을 보호하면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법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낭비를 하지 말자고들 하는데, 우리나라의 가장 큰 낭비는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 못하는 것이다.”

-여성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많이 해봤을 것 같다.

“노동운동을 할 때 성별, 학교, 학번 이런 것들을 안 따졌다. 민노련 조직책임자 당시 밑에 후배 3명 중 2명이 여성 조직책임자였고, 분명 남성들보다 뛰어났다. 일단은 이 여성들이 공식적인 지역 책임자 역할을 맡도록 추천 임명했고, 리더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도 보냈다. 당시 여성운동판이 아닌 데서, 다수가 남성인 노동운동판에서 이 같은 경우는 드물었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최고의 성공은 아내를 만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부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으로 안다. 여성의전화연합 활동가인 부인 김지선씨는 의원님과 함께 노동운동을 하다가 여성운동으로 전환한 것으로 안다.

“노동운동권 속에서도 여성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는다. 아내는 여성의전화를 통해 노동문제에서 여성과 연관된 사회문제로 옮겨갔다. 본인은 이를 스스로 ‘발전’이라 말한다. 난 특히 아내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아내의 활동을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실태를 알게 된다. 나 때문에 뭘 접어야 한다거나, 가정 때문에 아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거나 하는 경우가 단 한번도 생기지 않도록,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국회와 정부에 여성운동가들이 진출하면서 여성운동이 권력화되고 있어 여성운동에 위기가 오고 있다는 비판도 일부 있었다. 어떤 의견인가.

“실제 지표나 통계로 우리나라 여성들의 처지나 양성평등 수준을 볼 때, 여성운동이 웬만큼 해냈다고 자족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긴장하고 더 싸워야 할 것이 많다. 따라서 여성운동도 여전히 투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여성운동권의 리더가 권력기관으로 가는 것을 실용적으로도 볼 수 있지만, 잘못하면 운동의 현실은 저 밑바닥에, 그 참모와 지휘부는 저 높은 곳에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꼴이다. 현장과 동떨어지지 말고, 전선의 중심에 굳건히 서있는 것이 중요하다.”

GS리더로서의 여성정책관은 - ‘여성할당’ 최종목표는 50%

남성 정치인의 경우, ‘명예’ 페미니스트냐, ‘진짜’ 페미니스트냐를 가르는 한 기준은 아마도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기득권을 얼마나 포기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여성정책, 특히 선거와 관련된 정책이 어느 당보다 앞서간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노 의원은 당의 친여성 정책에 적극 힘을 보태는 열성주자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외부, 특히 여성계에 하는 정치적 코멘트는 “그렇기에 민주노동당이 빨리 의석을 늘려 더욱 더 정책을 잘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대표적인 여성정책관을 들어본다.

첫째, 당직의 30% 이상 여성 할당을 의무화하는 것이 시작이다. 최종 목표는 50% 여성할당이다.

둘째, 성폭력 예방 교육제 의무화를 도입, 모든 당직과 공직에 나서는 사람은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지 않으면 후보로 못 나오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노 의원 자신이 첫 타자로 1차 교육을 받았는데, 이를 기회 있을 때마다 꼭 학력란에 기재하곤 한다.

셋째, 여성할당제에 적극 찬성한다. 지역선거를 통해 여성을 늘리는 문제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이기에, 비례를 늘려 그 절반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것이 전체적으론 현실적으로 정치권에서 여성을 더 빨리 늘려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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