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협 : 부부 간 성문제 형사문제화 바람직하지 않아
여성단체 : 피해자 인권보호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태도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 변협)가 지난 16일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부부강간죄 등이 포함된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가정 붕괴를 촉진하거나 새로운 성관계를 통한 부부관계의 복원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자 여성단체들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변협은 또한 개정안에 포함된 성폭력 전문조사관 제도 도입도 반대해 성인지 시각의 부족과 함께 가부장적 인식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연합으로 구성된 여성인권법연대와 전국 130여 개 성폭력상담소로 구성된 전국성폭력상담소·보호시설협의회는 18일 “부부성폭력 처벌과 피해자 인권보호에 역행하는 대한변협 의견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변협이 “부부는 본래 성을 매개로 결합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므로 어떤 사정으로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해도 그들 사이의 성 문제를 쉽게 형사문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데 대해 단체들은 “여성을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는 남편의 재산으로 보았던 19세기 이전의 여성 인권 유린적 시각을 적용한 시대착오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부부강간죄가 신설될 경우, 부부강간죄 법정형이 일반강간죄(3년 이상 징역)보다 높은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돼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해져 부부재결합이나 원만한 합의, 자녀양육문제를 푸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며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처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형량을 낮출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 변협은 개정안에 포함된 성폭력 전문조사관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성폭력범죄는 일반적인 범죄로서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할 만한 소양만 갖추면 되지 전문적 지식이나 특수한 수사기술을 요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대해 단체들은 “일반적 범죄와 달리 성폭력 범죄의 경우 수사, 공판과정에서의 피해자에 대한 2차 폭력이 매우 심각하게 문제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기법의 개발, 수사·공판 전담관제도 등의 도입은 피해자의 인권보호, 법적 판단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변협은 또 ‘7세 미만 아동에 대한 강간·강제추행죄’가 개정안에 추가된 것과 관련해 “피해자를 13세 미만, 7세 미만으로 구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종전 법률과 같이 ‘13세 미만의 여자’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예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 측은 “여성의 인격보호, 성적 자기결정권 확보를 위해 부부강간죄를 신설한 것”이라며 “법안을 검토해 수용할 부분이 있으면 수용하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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