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건립추진 현황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추진하고 있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사업이 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대협은 94년 사료관 건립준비위원회를 신설한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념관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12월 사회 각계 인사들이 동참하는 건립위원회의 발족식을 개최하고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여왔다. 광복 60주년인 2005년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의 해’로 삼고 올해 안에는 반드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첫 삽을 떠 2007년 완공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부지 또는 건물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모금액수는 목표액 20억 원에 턱없이 부족한 3억여 원 정도다. 2000여 명 이상이 모금에 참여했으며 평생 모은 1억 원을 기부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주 할머니를 비롯해 길원옥, 김분선, 김윤심, 김은례 할머니 등 총 14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주춧돌 기금을 모아 박물관 건립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강주혜 정대협 대외협력담당 국장은 “정부와 서울시 등에 박물관 부지 마련을 위한 지원 가능성을 알아봤으나 여의치 않았다”며 “부지 마련이 어렵다면 건물을 기증받아 리모델링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봉협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관련 박물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추후 논의가 더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측은 “마땅한 부지가 없어 지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건립되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의 역사 전시와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인권·평화·역사 교육의 장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전쟁으로 인한 여성인권문제 해결운동을 벌이고 있는 세계의 단체들과 연대해 이들의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위원회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역사와 피해자들의 생애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역사·생애관’과 피해자들의 ‘개별 생애관’, 정대협의 그간 활동과 아시아 피해국 관련 단체들의 운동을 전시하는 ‘운동사관’을 비롯해 ‘자료실’ ‘특별 전시관’ ‘할머니 쉼터’ 등으로 박물관을 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115명으로 80∼90대의 고령자들이다. 정대협 쉼터, 나눔의 집 등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1년에 3명 정도씩 위안부였음을 밝히는 할머니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대만에선 타이페이 시가 건물을 기증하고 재정적 후원에 힘입어 ‘일본군 성노예 역사기념관’을, 필리핀에선 마닐라 대학의 후원으로 기념관을 건설 중이다. 또한 일본은 바우넷 재팬 대표인 고 마쓰이 야요리씨의 유산을 기반으로 올해 7월 31일 와세다대 근처 기독교센터 안에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을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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