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 준비하는 정명희 의장·이공주 조직위원장

제13차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의 주최와 세계여성과학기술자네트워크(INWES)의 후원을 받아 ‘여성 과학기술인:미래 개혁의 원동력’이란 주제로 8월 26∼29일 이화여자대학교 포스코관에서 개최된다.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대회 개막에 앞서 정명희 대회 의장과 이공주 조직위원장을 함께 만나 이번 대회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등 선진국의 모델을 받아들이기에 부담을 느끼는 저개발국들에 무(無)의 상태에서 빠른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가 역할 모델이 될 것이다.”
정명희 의장과 이공주 조직위원장은 저개발국가였던 우리나라가 급속한 성장을 이룬 배경과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제1세계와 제3세계의 여성 과학교류의 가교가 될 수 있다면서 이번 대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정 의장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발맞춰 13번째로 대회를 치르게 됐다”면서 “2002년 캐나다 오타와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유치 신청을 했을 때 스위스, 미국 등 선진국이 대회 개최를 포기할 만큼 한국의 대규모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능력이나 과학기술 능력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는 과학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 제11차 일본 마코하리 대회에서는 환경이, 제12차 캐나다 오타와 대회에서는 젠더 문제가 큰 이슈였던 종전 대회와 차별되는 점이다. 51개국 700여 명이 참석하는 이번 대회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에너지·환경·우주공학(BEST) 등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분과별로 특성에 맞게 여성교육, 윤리 등의 젠더와 리더십에 대한 이슈가 논의될 예정이다. 정 의장은 “인간 배아복제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윤리 분야와 성·리더십과 관련된 분야도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열띤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에 참가한 것은 99년 제11차 일본 마코하리 대회가 처음이었다. 정 의장은 “세계대회에 가 보니 우리나라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잘 구성돼 있음을 알았다. 이를 바탕으로 이런 큰 대회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낼 자신감이 생겼다”며 대회를 유치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 조직위원장 역시 “네트워크가 잘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기금 마련이나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인력 면에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기금 6억 원 중 정부지원금으로 2억5000만 원만 받는 뚝심을 발휘했다. “정부에서 더 큰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순수 민간의 힘으로 규모 있게 치러내고 싶었다”고 정 의장은 말했다. 조직위는 적은 기금으로 빠듯한 운영을 해야하지만 저개발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38개국 52명의 여성 과학기술인들을 초청했다. 이에 대해 이 조직위원장은 “사회를 이끄는 힘은 과학기술이고, 이 분야에서 여성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여성들을 교육하고 영역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래 과학을 이끌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대회 장소를 이화여대로 정하는 등 참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즉, 학생·과학기술인 100명이 참여하는 멘토링 워크숍과 분과별로 대학원생들의 발표시간을 마련했다. 대학생 120명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정 의장은 “조직위를 구성, 운영하면서 여성들의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끈기, 실천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선진국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활용 현황·사례를 연구해 국내에 적용하고, 정부·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네트워킹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조직위원장은 “이 대회를 계기로 각 전공분야의 국내외 인적 네트워킹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코리아 세션과 IT·에너지워크숍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어 한국의 여성 과학자와 과학기술이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는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는 64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여성 과학자들은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뜻을 모았으며, 이후 대회는 3년마다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이 두 차례, 인도, 아이보리코스트, 캐나다 등이 개최해 왔으며, 99년 일본 대회를 기점으로 보다 많은 아시아 국가의 여성 과학기술인이 참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중국, 동남아 및 아프리카 국가로 확대되는 등 점점 더 참여 국가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 약 30년간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네트워크 구축과 최신 정보의 공유에 커다란 기여를 해온 것을 바탕으로 2002년 캐나다 대회에서 세계여성과학기술자네트워크(INWES)가 창단됐다.
유네스코의 재정지원을 받아 공식 출범한 INWES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을 확대해 더 나은 세계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활동하고 있다.

정명희 의장은
이화여대 약학대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필리프스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의약화학)를 받았다. 충남대 약학대학·연변과학기술대학 겸임교수를 거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이공주 조직위원장은
이화여대 약대와 KAIST 생물공학과에서 학·석사 취득 후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분석화학부 선임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미국 학술지 MCP (Molecular & Cellular Proteomics)의 편집위원, 이화여대 연구처장·산학협력단장,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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