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정성의 맛, 창신동 ‘궁중냉면 묵밥’

맵고 자극적인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초록 메뚜기의 손에 이끌려 서울 창신동 ‘깃대봉 냉면’에 드나들면서 봐두었던, 깃대봉 냉면 바로 맞은 편의 ‘궁중냉면묵밥’에 갔다.
사실 이 집이 원래 목적은 아니었는데 깃대봉 냉면에 갔다가 더운 날씨에 차례를 기다리기가 끔찍해 발길을 돌려 자리가 있는 궁중냉면묵밥으로 간 것. 옆쪽 슈퍼마켓 간판 자리까지 침범해 각종 매체에 출연한 경력을 화려하게 도배해 놔 살짝 의심스럽기는 했지만(이렇게 매체 출연 경력을 내세우는 집 치고 정말 맛있는 집은 드물기에) 일단 먹어보기로 했다.
메뉴는 묵밥, 냉면, 장떡, 만두 네 가지이다. 묵밥을 주문하니, 차가운 묵밥과 뜨거운 묵밥 중 어떤 것으로 하겠느냐고 묻는다. 이 날씨에 당연히 시원하게 먹어야지 싶어 차가운 것으로 달라고 한 뒤 주전자로 내어주는 따뜻한 육수로 허기를 달랬다. 상이 차려지는데, 소박한 동네 식당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묵직한 놋그릇과 놋수저이다. 궁중냉면묵밥이라서 궁중에서처럼 놋식기를 사용하는 걸까? 블랙 메뚜기 왈, 이 자리가 예전에 궁터였기 때문일 거라고 한다. 여하튼 이 놋그릇 덕에 음식이 더 품격 있어 보이고 다 비울 때까지 처음 온도 그대로 식지 않아 좋다. 송송 썬 김치와 김가루가 올려진 묵사발에 노란 조가 섞인 밥 한 공기를 풍덩 말아 한 숟갈 떠 넣으니 고소한 참기름 내가 코를 찌른다. 사락사락 씹히는 묵, 아작아작한 김치, 밥알이 입안에서 합쳐지는 감촉이 시원하다. 국물은 약간 심심한 듯한 개운한 맛의 육수인데, 너무 심심하다 싶으면 삭힌 고추를 따로 청해 칼칼하게 먹어도 좋겠다.
이 묵은 직접 만들었을까? 다수의 방송 출연 경험이 있음직한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방송 인터뷰에 응하듯이 상세하게 설명해주신다.
“식구들이 산에 다니면서 직접 도토리를 줍고, 주운 도토리로 경기도 안성집에서 묵을 쒀서 공수해와요. 전에 잠깐 체인점 사업도 했었는데 음식의 맛을 유지하기가 힘들어 모두 정리하고 지금은 이 곳에만 집중하고 있죠. 도토리 가루도 다 직접 빻고, 냉면도 직접 뽑아요. 장도 마찬가지고요”
도토리 가루를 넣었다는 냉면의 면발 감촉이 단연 훌륭하다. 쫄깃하면서도 적당하게 질기고 뒷맛에는 도토리 특유의 기분 좋은 떫은맛까지 느껴진다. 이런 가벼운 음식만으로 아무래도 허전하다 싶으면 장떡이 있다. 역시 도토리 가루가 들어가 입안에 착착 들러붙는 차진 장떡이 뿌듯한 포만감을 준다.

▲찾아가는 길 : 지하철 6호선 창신역 4번 출구, 창신초등학교 맞은편 50m
▲전화 번호 : 02-744-4701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9시30분, 연중무휴(큰 명절만 쉰다)
▲메뉴:냉면(4000원), 묵밥(5000원), 장떡(4000원), 만두(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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