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춘기 소녀들의 산부인과 클리닉

요즘 신세대 부모들은 딸이 초경을 맞이하면 케이크에 환한 촛불을 켜놓고 ‘여자’가 된 것을 축하해준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고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격려의 표시이다. 이러한 부모의 관심은 사실 지속적일 때 더욱 의미가 있다. 사춘기 딸의 월경 상태를 보면 각종 질환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병원을 찾은 중2 여학생. 2년 전 시작된 월경의 생리 기간이 열흘에서 보름, 한 달로 길어지고 밤낮으로 빈뇨 증상을 보였다. 검사 결과 자궁과 질 벽에 선천성 기형이 있었다. 그 때문에 월경 혈이 나오는 통로의 반이 막혀 있었던 것. 그러니 월경 때마다 월경혈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배 안으로 거꾸로 흘러 들어가 ‘자궁내막증’이 나타났고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었다. 우선 간단히 내시경 수술을 하고 지속적인 통원치료를 하기로 했다.
조기발견은 아니었지만 더 늦었다면 월경통이 더 심해지고, 수술범위도 커졌을 것이며, 불임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더 많았을 것이다.
미국의사협회는 11세 이후의 모든 청소녀들이 1년에 한 번씩 산부인과 검진을 포함한 정기 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어 사춘기 소녀들이 산부인과에 드나드는 일이 흔하다. 우리에겐 아직 어색한 일이지만 여유 있는 방학 동안 딸과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하면 어떨까. 월경 불순으로 고생하는 경우 생식기의 선천성 기형이나 난소종양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춘기 소녀들이 산부인과를 찾아야 할 이상 증상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초경 이후 2년은 대부분 무배란성 월경이므로 주기도 불규칙하고 기간도 일정치 않지만 1주일 이상 기간이 지속되거나 심한 월경통, 빈뇨 증상, 심한 냄새가 동반될 경우 자궁이나 질 혹은 처녀막의 기형이 원인일 수 있다. 둘째, 월경 불순에 비만, 다모증, 여드름이 동반될 경우 피부과보다는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 방치할 경우 훗날 당뇨나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셋째, 위생습관에 따라 질염에 의한 냉이나 냄새, 간지러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평소와 다른 색깔의 분비물이 나오면 병원을 찾는다. 넷째, 생식기 주위에 궤양이 생기는 경우다. 이 때는 감염 혹은 면역학적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또래보다 키가 작고, 가슴 발육이나 음모의 출현, 초경이 늦는 등 2차 성징이 늦어지면 간혹 염색체 이상에 의한 경우가 있으므로 검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오민정 교수 고려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미국 베일러의대·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로 활동한 바 있다. 고위험(고령, 당뇨, 고혈압 등) 임신부, 태아 기형 등 임신과 출산 관련 분야가 전문이며, ‘산모를 위한 무료 분만교실’ 등의 강좌를 개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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