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위한 건강 지혜 ‘우리 몸 우리 자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최근 1∼2년 사이 국내에 ‘웰빙’열풍이 불어닥치면서 건강식품, 건강용품, 헬스클럽 등 건강정보가 넘쳐났다. 그러나 정작 우리 자신의 몸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찾기 힘들었다.
‘여성이 여성에게 전하는 건강 지혜’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우리 몸 우리 자신’(또하나의문화)은 여성들이 자기 몸의 주인이자 의료 소비자로서 알아야 할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다.
여성의 출산을 ‘질병’으로 여기고 임신부를 ‘환자’로 취급하며 제왕절개 출산율이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산부인과’ ‘부인과 질환’과 같은 용어는 여성 병원이 기혼 여성만을 위한 곳으로 인식돼 많은 비혼 여성이 ‘산부인과’ 검진을 꺼리고 뒤늦게 질병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몸과 마음을 분리해 온 서양 의학을 비판하고 월경이나 임신, 출산 등 여성의 몸의 변화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의료화’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간다.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가 쓴 이 책의 시작은 69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여성학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과 몸’회의에 참여했던 12명의 여성학자가 병원에서 분노를 느낀 경험을 공유하면서 ‘여성의 몸·건강 토론 모임’을 만들었고 72년 ‘우리 몸 우리 자신’이란 제목의 소책자를 출간했다. 30여 개국에서 번역·번안된 이 책이 한국어판으로 출판되기까지는 처음 기획으로부터 7년, 본격 작업에 돌입한 지 4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98년의 7차 개정판을 가지고 2001년부터 여성학, 간호학, 사회학을 전공한 40여 명의 여성 자원번역편집활동가들로 이루어진 ‘또문몸살림터’에서 이 책을 번역하고,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하면서 한국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자료와 정보를 덧붙이는 작업을 해 왔다.
이 책에선 ‘몸 살림 마음 살림’ ‘관계와 성’ ‘건강한 성과 생식 결정권’ ‘임신과 출산’ ‘아는 것이 힘’의 총 5개의 주제로 나눠 다양한 정보를 제시했다.
먹는 음식과 공기, 운동 방식, 휴식, 스트레스, 술과 담배, 약물, 직업환경, 성폭력 위협 등이 여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며 그 개선방안을 함께 다뤘다. 안전한 음식을 선택하는 방법, 약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 성폭력의 상황에서 방어하기 위한 요령을 자세히 소개했다. 건강한 성을 즐기기 위한 성적 관계를 다루면서 이성애뿐 아니라 동성애 성생활도 포함하고 있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피임, 인공유산 등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성병과 에이즈 예방법도 알려준다. 체외수정, 대리모, 태아 성 선택 등 보조 생식술을 소개하며 첨단 과학기술이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또한 보건 의료 정치학, 지구화와 여성 건강, 여성들이 모여 결성한 연대활동 소개 등 여성 건강을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접근하기도 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정보 꾸러미’라는 이름으로 관계된 도서 목록을 소개해 직접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여성신문,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박영숙 사진작가 등 여러 관련 기관 및 개인들이 사진자료를 제공했다.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 지음/또문몸살림터 엮어옮김/또하나의 문화/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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