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 속에서 아빠들은 정리해고에서 벗어난 경우라 하더라
도 감봉은 일반적 현상이 되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월급 봉투는
얇아지고… 주부들은 이에 대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이가 다니던 학원이나 놀이방, 유아원, 유치원을
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나는 기대 반 우려반 심정을 갖게 된다. 기
대란 현재 이 난국이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유아교욱 시장을 주
도한 자본이 불러일으킨 조기교육, 영재교육의 회오리 바람 속에
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어머니들이 이제 육아에서 거품을 빼고
진정한 살림권 -선사시대에 이 살림권은 대모신(代母神)의 신적
권능을 상징했다-으로 ‘공동육아권’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우려란 ‘홀로
육아’의 가중된 부담이 자칫 ‘나 홀로 어머니(들)’과 그 어머
니의 스트레스를 전면적으로 받을 아이 둘 다를 더욱더 힘들게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어머니
들이 경제발전의 와중에서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대대적으로 진행
하고 있는 지점에 서있게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자리잡고 있
다. 도시화는 어머니의 일손을 자연스레 덜어줄 수 있는 아이들
공간을 빼앗았고 핵가족화는 어머니들이 육아에서도 도움을 주고
받던 마을 공동체를 파괴했다. 파괴된 마을 공동체 자리에 어느
덧 놀이방, 유아원, 어린이집, 미술학원, 음악학원 등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마을과 어머니들의 공동체를 대신했던 것들
에 계속 의존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어떻
게 해야 할까?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였던 ‘품앗이’가 바로 답의 열쇠를
쥐고 있다. ‘품앗이 육아’이다. 작년에 ‘제3회 대안교육 한마
당’에서 들은 엄마사랑 유치원, 책마을 유치원, 품앗이 유치원의
세 사례는 내게는 한마디로 감동 그 자체였다. 유아 교육면에서
는 국내에서 유일한 대안 교육을 개척하고 있다는 나의 공동육아
에 대한 자부심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맞벌이 부부들
이 공동육아를 개척하고 있을 때 엄마들은 ‘품앗이 공동육아’
를 개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형극, 그림동화 등 좋은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쫓아 다니며 배워 품앗이 선생님을 하고 있는 엄마들
은 이미 유아교육의 전문가들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사물놀이
를 배우러 가고 하루는 텃밭으로 긴 나들이를 가는 주부들의
‘품앗이 공동육아’는 어떤 비싼, 유치원이나 학원 프로그램도
대신할 수 없는 훌륭한 대안육아 그 자체였다.
이제까지 맞벌이 부부 중심의 공동육아 지원에 전념하던 공동육
아연구원(02-3471-0606)에서는 엄마들의 ‘품앗이 공동육아’를
좀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노원구의 주부대학 프로그램으로
‘품앗이 공동육아’ 강좌(6월 10일 개강)를 개설했다. 또한 조만
간 연구원 자체에서 ‘공동육아 부모 강좌’를 마련해 ‘공동육
아’에 관심있는 부모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줄 예정이다.
현재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 교육과정도 ‘품앗이 공동육아’를
하려는 부모들에게는 유익한 교육과정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남서지부에서도 ‘품앗이 육아’강좌를 6월 9일
개강한다.
IMF 한파로 인한 육아의 거품빼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는 듯하다.
그 기회를 현실이 되게 할 수 있느냐는 어머니들 손에 달려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