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가능 에너지 개발 어디까지 왔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석유·석탄 등의 화석연료는 근대 산업사회를 이끈 원동력이 됐고, 경제적으로 편리한 생활을 만들었다. 하지만 바닥 날지 모른다는 염려에서 비롯된 에너지전쟁, 지구 온도 상승의 기후 변화는 사람은 물론 전체 생태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원자력발전 역시 핵폐기물이란 무시무시한 산물을 내놓는다.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4년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2.28%에 불과하며, 생산 전력량은 4321GWh(총 발전량의 1.3%)이다. 재생  에너지는 폐기물과 수력이 95.6%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률이 12%를 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하겠다.
이런 가운데 산업자원부(장관 이희범)는 7월 25일 한국전력 및 6개 발전회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총 9개 대형 에너지공급사가 참여한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공급참여 협약식(RPA)’을 갖고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를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약 1조1000억 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확보되는 신·재생 에너지량 21만 석유환산톤(TOE)은 원유 159만 배럴을 대체할 수 있는 양(876억 원 상당)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2004년을 신·재생 에너지 원년의 해로 못박고, 신·재생 에너지로 2006년 전력량의 3%, 2011년 5%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상용 태양광 발전소로서 가장 큰 규모인 순천만 태양광 발전소는 지난 2월부터 5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150㎾를 생산하고 있으며, 2006년까지 부지 3만 평에 350억 원을 들여 1㎿급 실용화연구발전소와 3㎿급 상업용 발전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태양광 발전소는 2004년 집계 대체에너지 공급량의 0.1%에 불과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다른 재생가능 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진국 대비 기술격차가 적다고 자신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바람을 이용한 전력 생산에 재미를 보고 있다. 제주도의 행원풍력발전소는 풍력발전기 15기가 설치돼있고, 9000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풍력발전의 70%에 해당하는 생산량이다. 특히 평균발전원가가 90원/㎾h으로 한전의 130원/㎾h보다 저렴해 경제적이란 평도 받고 있다. 풍력발전소는 제주 한경, 전북 무안·새만금, 경북 울릉도·포항, 강원 대관령·태백 등에 설치돼 있고 약 2만600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가축의 분뇨나 톱밥 등 생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바이오매스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자원회수시설에서 쓰레기를 태워 지역난방에 사용하고 있고, 인천 백석동 수도권매립지에는 2006년 3월 완공을 목표로 50㎿ 규모의 세계 최대 매립가스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메탄가스를 이용한 발전으로 연간 3억9000만㎾h의 전력을 생산해 18만 가구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는 정부와 지자체의 ‘신·재생 에너지’라는 용어 사용 등 의식부족을 꼬집으며 구체적인 사업계획 마련을 촉구했다.
염광희 에너지대안센터 간사는 “신·재생 에너지는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하는 에너지도 포함하기 때문에 환경적 의미의 재생가능 에너지와는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고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기술개발·보급 등과 관련된 계획에는 목표치와 예산안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시민교육과 홍보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소극적인 에너지 절약 방법에서 벗어나 태양열 온수기라도 설치하는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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