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등 정책지원 필요…오픈경영으로 신뢰 쌓아야

“4년 정도 기업을 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에선 노하우가 생겼는데, 내부 직원 관리는 아직도 가장 큰 두통거리”라고 말하는 김영휴 시크릿우먼 대표. 여성용 부분 가발을 생산하는 그의 회사에는 약 20명의 직원이 있다.
“동종 업체가 없다 보니 관련 경력사원 채용이 쉽지 않다”는 김 대표는 “남성들이 조직 관리에 능하다는 통설도 있지만 제품 특성상 여성을 이해 못 하는 관리자는 아무리 경력이 있어도 도움이 되질 않더라”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기업의 ‘사람 관리’는 핵심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특히 창립 연수가 짧고 조직 경험이 많지 않은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인재 경영’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회장 정명금)가 지난 6월 2500명 여성 기업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기업인의 14.2%가 인력 부족의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4일까지 한국 인사전략연구소가 전국 1306곳의 남녀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사원 근무태도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단 25.2%만이 ‘만족스럽다’고 답했으며 무려 51%가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또 근무태도가 만족스러운 사원은 27.1%의 CEO가 20% 미만이라고 답해 중소기업 CEO에게 ‘적절한 인재 관리’가 힘든 문제임을 방증했다.
7년차 CEO 전미숙 베베하우스(유아전문 쇼핑몰) 대표는 직원이 10명이었을 때와 40명으로 늘어난 지금 고민의 종류가 바뀌었다.
“10명이었을 때는 직원의 능력에 대한 고민보다는 대표로서 비전을 심어주지 못해 직원들이 자주 바뀌는 것이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관리자 임명’이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이다. “고락을 함께 해 온 옛 직원들을 능력이 부족해도 관리자로 임명하자니 새로운 직원들의 불만도 신경 쓰인다”며 “여성경제인 모임에 나가면 누구나 이 문제를 꺼낸다”고 말한다.
여성 CEO들의 또 다른 고민 중 하나는 ‘여성 직원이 많다 보니 생기는 어려움’이다. 한 여성 CEO는 “전체 직원의 60% 이상이 여직원인데 두 명 이상이 출산휴가에 들어가면 업무공백이 크다”며 “이 부분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선배 기업인들은 여성 CEO의 경우 대부분 30∼40명이 넘지 않는 소규모의 기업을 운영하는 만큼 직원들과의 융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제9회 여성경제인의 날 산업포장을 수상한 ㈜대림개발의 김추자 대표(건축자재 생산)는 “사업 초기에는 여사장의 지시를 꺼려하는 남성 직원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것을 핑계 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여성 CEO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업무에 전문성을 갖고 원칙에 따른 지시를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는 “소기업일수록 오픈 경영할 것”을 제안한다. “규모가 적다 보니 회사 경영에 오해를 품은 직원이 생기면 매우 첨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매출을 공개하고 사장의 지분까지도 공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벤처협회 김경조 부회장(경성산업 대표)은 직원 7명 규모의 소기업으로 연매출 21억 원을 자랑하는 성공 기업인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도 역시 ‘오픈 경영’이다. “대기업이나 중기업과 달리 가족 같은 분위기로 똘똘 뭉쳐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소 박지원 선임연구원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조직 구성원의 역량이 합쳐져 성과가 나오는 것은 똑같다”며 “직원을 믿고 배려하는 모습을 수시로 보여줌으로써 노사 간의 신뢰를 쌓아야 성공 CEO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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