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북한여성 실태 보고서에 대하여

제33차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8개국 보고서를 심의했으며, 이 중 북한이 포함되었다. 북한은 2001년 여성협약에 가입한 후 기일을 지켜 2002년 북한 여성의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초 2003년에 심의할 계획이었으나 북한 당국의 사정으로 미뤄져 왔다.
북한 보고서의 심의를 앞두고 필자를 비롯한 23명의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들은 물론 북한인권에 관심을 두고 있는 민간단체들, 언론들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좋은 벗들, Anti-Slavery 등 3개의 단체가 NGO보고서를 제출하고 참석도 했다.
심의는 평양에서 온 정부대표 7명(통역 1명 포함)을 대상으로 하루 종일 진행되었다. 북한은 이 협약을 비준한 후 2002년 2월 ‘여성차별청산협약 이행을 위한 민족조정위원회’를 설치했다. 북한은 정부 부처 내에 우리 나라의 여성가족부와 같은 여성정책전담부처는 없는 셈이고 민족조정위원회에서 협약의 이행, 홍보 및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민족조정위원회’의 대표이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무부장직(장관급)을 맡고 있다는 허오범 단장이 총괄적으로 대답하고 민족조정위원회 홍지선 서기, 의사인 한채순 위원 등 두 여성이 보충 설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북한은 서두 보고와 심의 내내, 식민지 시절의 봉건 잔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그리고 특히 1946년에 제정한 남녀평등권 법령에 대해 자랑스럽게 보고했으며, 11년간의 무상 교육제도와 0%의 문맹률을 강조했다. 그러나 “남녀평등을 위한 법률, 제도는 다 갖추었지만 아직도 사고는 봉건적 요소가 잔재하고 일부 가정에서는 남편들이 여성을 구박하기도 한다”고 인정했다.
특히 북한 여성들이 평등권이 침해당했을 때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존재여부, 식량난과 그로 인한 인신매매, 강제결혼,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의 문제, 정치적 진출이나 정책 결정의 지위에 여성의 숫자가 적은 것 등은 위원회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여성이 충분히 식량을 공급받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북한 대표단 단장이 “한국의 식량 지원에 감사한다”는 발언을 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식량 배급에 있어 “초등학생이 500g을 지급받는 데 비해 가정주부 등 무직자의 경우 400g을 받는다”고 했다.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돈벌러 갔다가 돌아오는 여성들을 구금하고 강제유산 등을 자행하고 있지 않느냐는 추궁에는 “98년부터 국경수비대가 단속은 하고 있지만 일정한 훈계와 준법 교양 후 자기 처소로 보내주고 있으며 강제유산은 헛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교화소에 있다는 40명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북한 여성의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위원회의 북한 방문을 허용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심의를 마친 후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전체적인 공감대는 1946년 제정된 남녀평등권 법령에 협약의 내용을 담아 새롭게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통계자료를 갖출 필요성, 그리고 북한당국이 여성 차별을 법적인 차별로만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실질적인 여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 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열린 무대로 나온 북한이 앞으로 점차 여성인권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이해하고 그 기준에 맞춰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2차 보고서 제출기일인 2006년, 한층 진전된 모습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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