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담백한 맛, 충무로 ‘사랑방 칼국수’

왜더운 여름날에도 비 내리는 날이면 뜨끈한 칼국수가 생각날까. 인터넷 지식검색에서 이유를 찾아보니, 비 내리는 날이면 다들 기분이 처지게 마련이고 우울함을 떨치기 위해 혈당치를 올리고자 몸이 본능적으로 탄수화물을 찾는다고. 그래서 비가 내리면 칼국수, 부침개 같은 밀가루 음식이 당기는 거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철, 비 내리는 날은 물론 햇볕 쨍쨍한 날도 문전성시인 칼국수집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충무로의 사랑방 칼국수. 비가 와서 뜨끈한 칼국수가 생각나는 날, 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뙤약볕에 차가운 음식이 생각나는 날, 더위에 지친 몸을 보양하고 싶은 날 모두 이 집에 가면 해결된다.
사랑방 칼국수는 68년에 처음 문을 열어 80년부터 현재의 장소에서 쭉 성업 중인데, 문 열 당시와 변한 게 없을 만큼 허름한 식당에 점심 시간이면 1·2층 80여 석의 자리가 꽉꽉 들어찬다.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서 쉴 새 없이 음식이 나오는 거며, 땀 뻘뻘 흘리며 좁다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살갑게 서빙하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비 내리는 날에는 양은 냄비에 담겨 나오는 ‘요것이 맛좋은 칼국수(4000원)’가 딱이다.
멸치만으로 국물을 우려낸다는데, 여기에 간 마늘과 향긋한 쑥갓, 김, 고춧가루 등으로 맛을 더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집에서 끊여주던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그 맛과 비슷하다. 좀 더 거하게 먹고 싶다면, 200원을 내고 날달걀을 추가해 휘휘 저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거나, 200원을 더 내고 처음부터 곱빼기를 시키면 된다. 그래도 모자란다면 무료 공기밥을 청해 남은 국물에 말아 매일 새로 담근다는 매콤한 배추 겉절이를 척척 얹어 먹어보기를. 배추에서 단물이 쭉쭉 배어나는 듯한 아작아작한 맛은 내가 먹어본 겉절이 중 최고다.
차가운 음식이 당기는 날은 냉콩칼국수나 비빔 칼국수를 시켜보자. 둘 다 뜨거운 칼국수와 같은 면발을 사용하는데, 냉콩칼국수의 걸쭉하고 시원한 콩국에서는 뒷맛에 구수한 잣 맛 같은 것이 느껴져 마지막 한 방울까지 후루룩 비우게 된다. 고추장에 오이, 상추, 김치, 깨소금 등을 넣고 비벼먹는 비빔 칼국수는 살짝 매콤한 정도라 통통한 칼국수 면발과 잘 어우러진다.
몸보신이 필요한 날은 ‘내용 있는 음식, 실속 있는 식사 백숙백반(6000원)’을 추천한다.
1인분을 시키면 닭 반 마리 백숙과 닭 삶은 국물이 양은 냄비에 담겨 나오는데, 아무렇게나 뜯겨져 스테인리스 쟁반에 담겨 나오는 닭을 보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노린내 하나 없는 쫀득거리는 닭살을 입에 넣는 순간 그런 생각이 싹 가실 것이다. 닭 삶은 국물에는 밥 한 공기 풍덩 말아 비워내면 제대로 몸보신했다 싶을 것이다.
▲찾아가는 길:충무로 극동빌딩 오른쪽으로 난 골목으로 진입 후 70m가량 들어가면 된다.
▲전화번호:02-2272-2020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10시, 명절 휴무
▲메뉴:요것이 맛좋은 칼국수(4000원, 날달걀 추가·곱빼기 200원 추가), 냉콩칼국수·비빔칼국수(4200원), 백숙백반(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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