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악용 ‘악성 댓글’인권침해 심각

“정말 당신은 개념도 없고 쓰레기 같은 ×입니다”
최근 여성 국방전문가들이 연 ‘여성들의 안보 참여 확대 방안’ 세미나 관련 기사에 이 세미나를 주관한 한 야당의원을 비방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이 의원의 미니 홈페이지와 출신학교까지 거론되었으며, 군대 간 것을 또는 가야하는 것을 억울(?)해 하는 남성들이 성토를 벌였다.
이처럼 사회적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각종 포털 사이트와 홈페이지 등 의견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에는 자신의 주장을 나타내는 댓글이 수백 건, 많게는 수만 건씩 올라온다.
‘리플’로 더 익숙한 댓글은 ‘리플라이(reply, 대답·회답)’에서 유래됐다. 인터넷 게시판이 활성화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각종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이 됐고, 더 나아가 글쓰기 문화로 자리잡았다.
네티즌들은 이제 뉴스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던 소비자에서 뉴스를 비평하며 정화하는 일까지 담당하고 있으며, ‘댓글 저널리즘’으로 진화하고 있다. 거대 언론사에서 다루지 않는 이야기들을 네티즌 스스로 발굴해 사회 이슈화하고 기존 언론사들이 이를 역으로 다루면서 댓글 저널리즘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논산훈련소의 인분가혹 행위, 부실 도시락 파문,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된 강릉 여중생의 구명운동 등이 그 예이다.
반면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을 악용한 ‘악성 리플(악플)’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직장여성 이모(27)씨는 최근 정성을 기울이던 미니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이씨가 새로 사귄 남자친구의 사진을 올려놓자 1년 전 헤어졌던 남자친구가 “어디 잘 되는지 보자”며 악의적인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돼 옷을 벗고 있는 느낌이었고, 사정을 잘 모르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바람기 많은 여자로 오해를 받아 괴로웠다”고 말했다.
김모(35)씨는 군복무가산점제 관련 기사에 멋모르고 반대하는 댓글을 올렸다가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페민’ 소리를 들어야 했던 김씨는 “성적인 치욕은 물론 집까지 찾아가겠다는 위협을 받아 한동안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야릇한 얼굴 표정의 여성을 여러 사진과 합성한 ‘딸녀’나 온 몸을 흔들며 춤추던 ‘떨녀’에 이어 ‘개똥녀’까지 여성을 희화화해 조롱하거나 성적인 대상으로 치부하는 일들이 다반사로 발생한다. 지하철 안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내린 한 20대 여성의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된 일명 ‘개똥녀’ 사건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면서 이 여성의 신상이 공개되는 상황으로까지 전개됐다. 이후 ‘인권침해’라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기도 했다. 한 여중생은 여교사 자살사건과 관련해 원인 제공자로 몰리면서 입에 담기조차 힘든 온갖 욕설 등 사이버 테러에 시달리다 가출까지 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유명 여성 연예인 80여 명의 얼굴을 포르노 배우 사진과 합성·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20여 명이 경찰에 검거된 바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사이버명예훼손 상담통계를 보면 2001년 278건이던 것이 2004년 말에는 2285건으로 최근 4년 동안 7배 이상 증가했다.
김유정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논객을 자처하는 일부 네티즌들이 먹잇감을 물색하는 하이에나와 같이 일단 흥미를 유발하는 관심 사항이 포착되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하게 된다”면서 “이러한 사이버 테러의 대상은 남녀를 불문하지만 여성들이 쉽게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악플을 막기 위해 제도적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게시판 운영자와 네티즌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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