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여성계…“지자체 직무유기 면죄부 우려”

군산 개복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선고와 관련해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공동대표 정미례),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남윤인순), 유가족들은 “국가 책임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나 지자체에 대해 불법공동행위의 책임을 묻지 않고 면죄부를 준 판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2002년 1월 군산 개복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감금돼 있던 여성 13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유가족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심상철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사망자 13명의 유족 22명이 국가와 군산시, 전라북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사망자 1인당 2000만 원씩 모두 약 2억6000만 원을 유족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군산시와 전라북도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이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며 감금과 윤락 강요 행위에 대한 필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직무상의 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국가는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받은 피해 여성들과 유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국가와 지자체는 화재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없으므로 재산상 손해에 대한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담당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당하는 고통스런 상황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부분에 있어서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여전히 무허가 영업장소와 소방·방화시설 관리를 맡은 지자체에 대한 책임 소지 문제가 남아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지 유가족과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와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한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재판부는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직무유기로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커다란 위협을 가한 행위에 대해 국가는 물론 지자체의 책임을 강력히 물었어야 했다”면서 “지자체의 건축, 소방, 단속 업무의 직무유기 등 너무도 확실한 사실에 대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의 법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2004년 5월 국가와 지자체가 화재로 인한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앞서 성매매특별법 시행 첫날인 2004년 9월 23일, 대법원은 군산 대명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참사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업주의 책임을 인정, 사망한 여성 3명의 유가족에게 국가는 6700만 원, 업주는 5억90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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