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물건 내 손으로 만들기
참 내가 아끼는 액세서리가 하나 있다. 몇 년 전 영국에서 1년 연수를 마치고 떠나올 때 그곳에서 만난 미술관 큐레이터 정영옥씨가 만들어 준 나무 브로치다. 내가 이것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 확실하게 있다. 첫째,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것. 늘 자랑스럽다. 둘째, 바닷가에서 주운 나무 조각에다 색칠하고 그리고 핀을 달아 만든 폐품 이용 작품이라는 점이다. 마치 내가 지구를 위해 무얼 한 듯한 흐뭇함을 안겨준다. 셋째, 순전히 나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물건이라는 것. 누가 나를 생각하고 브로치를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가 늘 감동이다. 그래서 나는 이 브로치를 할 때마다 기쁘고 자랑스럽고 그리고 정을 느낀다.
두 달 전 나는 내 개인용 헝겊 냅킨을 만들었다. 동대문시장에 나가 옷감을 떠서 바느질집에 맡겨 완성한 것이지만 순전히 내가 좋아하는 무늬에다 내가 원하는 크기로 잘라 바느질한 것. 장난기까지 발동해 아예 ‘호미초이스’라는 나의 상표까지 새겨 달았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디자인 냅킨이 된 것이다.
내 물건을 내 손으로 만들기.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20세기를 보내면서 저 멀리 어머니 손바느질한 옷이 입고 싶어진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기계의 시대를 지나 사이버 공간에까지 들어오고 나니 사람의 손길이 그리워진 것은 당연한 인간 본능처럼 생각된다. 때로는 실용적인 의미로 값싸고 취미 살리는 DIY 물건 만들기가 시작됐고 이제 더 나아가 나의 개성 ‘나만의 물건’을 챙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 나를 위한 물건. 그리고 내 손으로 만든 물건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시대를 느낀다. 맞춤 디자인의 시대다.
나 개인적으로는 명품 유행에 대한 싫증과 반감에서 더욱 그렇다. 속물주의 돈 자랑에 휘둘리지 않는 길은 오직 하나 ‘개성’뿐이니까.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그 귀함을 누구와 견줄 것인가.
어쩌면 원시시대, 또는 자급자족에 대한 향수 같은 것도 작용했을 것 같다. 너무 자동으로 모든 것이 척척 움직이니까 비뚤비뚤 사람 손 놀림이 더없이 푸근하게 그리워지고 무엇보다 원시시대 무공해 공기를 마시고 싶은 환상이 내 머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윤호미씨는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를 거쳐 여성 최초 파리특파원, 제5회 최은희 여기자상 수상, 92∼94년 한국여기자클럽 회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여성 언론인이다. 현재 호미초이스닷컴의 대표인 윤호미씨는 여성신문을 통해 30년 문화부 기자로 쌓은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생활을 디자인’ 한다는 새로운 컨셉트와 아이디어를 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