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본 나라살림

지금 성매매 예방 교육을 확대하려는 안을 둘러싸고 작은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기로 되어 있는 성매매 예방교육을 공공기관까지 확대하려는 것에 대한 것이다. 반론의 요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 예방 교육은 성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일정한 소양을 가진 것을 전제로 채용된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 의무화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방 교육의 확대는 공무원들을 잠재적인 성매매 범죄자로 보는 것이며, 이는 공무원 명예에 관한 문제라고까지 지적한다. 나아가 성 의식의 차원에서 성매매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임에도 특수권력관계에 놓인 공무원들에게 강제하는 것은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차별이라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이러한 반론은 다소 예상하지 못한 것이기는 하나, 곰곰 생각해 보면 ‘성매매 예방교육’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는 예방교육의 의미를 지나치게 문자 그대로 해석한 데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싶다.
현재 성매매 예방교육의 대상인 학생들은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이며, 확대의 대상인 공무원도 여성이 34%를 넘는다. 때문에 잠재적 성 범죄자 취급을 염려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이다. 성매매 예방교육은 성과 관련된 인권 침해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가치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현재 공공기관 직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 역시 대상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장 문화에서 성과 관련된 예절을 새롭게 인식시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학교에서의 성매매 예방교육도 성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성에 대한 가치관을 중심으로 전달된다. 물론 이 교육의 대상이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도, 또 지역 주민들도 이러한 교육을 직접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성매매 예방 교육은 크게 보면 우리 사회에서 소홀히 인식되고 있는 여성 인권에 대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공무원들은 이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 것이 좋을까? 주지하다시피 정치인을 포함한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매우 높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공무원들은 정책을 개발하고 형성하고, 집행하는 주체로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헌법에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책임이 명시되어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 대다수의 공무원은 순환근무제로 일을 한다. 성 인지적 정책과 같이 기존의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가 수반되는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려면, 이 문제에 관한한 공무원 전체의 의식이 높아져야 함은 필수이다. 밀양 고등학생 성폭력 사건, 아버지의 지속적 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 참사 등 여성 인권과 관련된 사건들의 발생 원인과 수사와 재판 과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본다면 이는 비단 경찰공무원만의 일이 아니라 관련된 공공기관과 학교가 해야 할 일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국가가 성 인지적 정책 역량을 구축하는 데는 법, 제도, 예산, 조직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열쇠는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공무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성 인지력은 자동적으로 향상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식의 재발견이기 때문에 생각을 필요로 한다. 더 이상 ‘성 인지적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마치 날카로운 지적인 양 자랑스럽게 이야기되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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