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왜 직장 떠나나 - 여성 이·퇴직 갈등 극심

여성들, 왜 직장을 떠나는가?
대부분 ‘임신과 육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장을 떠나게 되는 이유가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잡링크 헤드헌팅팀 김은주 과장은 “많은 여성은 적성, 비전, 조직 갈등 등의 이유로 이·전직을 희망하고 있으며, 이런 갈등의 시기에 임신, 출산을 겪으면서 퇴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2월 여성취업포털 우먼잡링크(womanjoblink.co.kr)가 여성 직장인 5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직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8.5%가 이직 경험이 있으며,  70.5%가 올해 이직에 도전하겠다고 답했다. 이직을 원하는 이유는 ‘현 직장의 불확실한 전망 때문’(33.3%)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으며, ‘낮은 연봉’(28.7%)이 뒤를 이었다. 한편, 일선 커리어컨설턴트들은 “여성은 경력이 많다고 이직이 쉬운 것도 아니며, 잦은 이직이 오히려 빠른 퇴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3년차 - “비전있는 다른 직종 전직 고려”

“남들은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부러워하지만 고객을 일일이 응대하면서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직장 3년차 정명희(27·K은행)씨는 심각하게 전직을 고려 중이다. 정씨는 여행업계로 전직을 원하지만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없고, 20대 후반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S회계법인 비서로 근무 중인 김미선(26)씨는 2년차 비서이다. 김씨는 “주위 회계사들을 보면서 역시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졌다고. 그는 더 늦기 전에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생각이다.

5·7년차 - “열심히 해도 승진 보장 안돼”

D유통회사에 다니는 김유정(31)씨는 대학 졸업 후 두어 번의 이·전직 끝에 이 회사 영업부에 입사했다. 김씨는 “부서 창립 이후 지금까지 과장급 이상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도 2년 후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는 걸까”생각했다고 털어놓는다. D식품회사의 서민영(29)씨는 “출산 후 복귀하면 낯선 업무를 맡게 되는 일은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과장, 부장 승진은 솔직히 꿈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사·육아문제도 힘든데 직장에서 투쟁하며 자리를 지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 아니냐”며 되물었다. 

15년차 - “30대 후반, 심정적 퇴직연령 절감”

S유통에 다니는 한지연(38)씨는 경력 15년차 프로그래머이다. IMF 관리체제 이후 직급은 부장이지만 계약직이다. “정리해고 얘기가 나오면 며칠 동안 잠도 못 잔다”는 한씨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지만 출산 후엔 재계약을 해주지 않을 것이 뻔하다”며 걱정한다. 실제 여직원 중 그보다 연장자는 한 명도 없다. 최근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박현정(37)씨는 “많은 여행원이 이미 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며 “퇴직 당시 30대 후반 여직원들 사이에는 퇴직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때 나가자는 분위기가 대세였다”고 털어놓았다.

헤드헌터가 말하는 연차별 이직 가이드

3년차  일반적으로 업무가 익숙해지는 시기로 이·전직이 가장 용이한 단계다. 이 시기는  월 수입보다 자신의 일을 전문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업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5년차  일에 대한 매너리즘,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이직 또는 퇴직을 하게 되는 단계. 이직 시 이른바 몸값이 가장 높은 시기이면서 동시에 직장을 떠나면 재취업은 매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 전직은 득보다 실이 많으므로 경력과의 연관성, 직·간접적인 경험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7~10년차  승진, 회사의 발전 가능성 등으로 이직을 고려하게 되며, 경력을 살려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이 시기는 이직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잡링크 헤드헌팅팀 김은주 과장은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직장을 떠나는 30대 중·후반 여성의 경우 조직과의 갈등으로 이·퇴직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김 과장은 “부장급 조직 관리자로 이직을 해야하지만 기업에서는 관리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여성을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직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갈등이 있다면 이·퇴직을 결정하기 전 업무 등 공적 영역으로 소화하는 자기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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