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다고, 혹은 물질이 풍요로워진다고 삶의 질이 나아지는 건 아니라는 게 역사의 교훈임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하는 게 요즘의 사이버 공간이다.
2000년을 전후해 우리들은 ‘사이버’라는 환상적인 공간을 만났다. 인터넷 매체들이 제공해주는 그 신속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고, 풍요로운 정보 속에 푹 빠질 수 있는 건 정말 21세기를 살아야 할 삶의 의미였다. 다이내믹한 온라인 세상의 막강한 힘을 우리 국민은 컴퓨터를 엄청 사랑했고 자랑스러운 IT강국의 국민이 되었다.
길지 않은 인터넷 공간의 역사를 잠시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자꾸만 터져 나오는 인터넷상의 인권과 네티켓에 관련된 문제들 때문이다. 각종 패러디, 가짜 기사, 무차별 동영상 등 사이버 공간은 이제 이동통신의 기술까지 합세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무례를 자행하고 인권을 위협하게 됐다. 그 수위가 이제는 ‘가능성’을 넘어서서 괴력의 소유자 프랑켄슈타인이 되어 자라고 있다. 
현실의 모든 제약을 넘어서는 자유와 가능성으로 보였던 사이버 공간에서 최근 벌어지는 일들은 기가 막히게도 우리 현실의 치부를 확대 재생산해내고 있다. 사이버에서도 약자는 더 당하고 더 억울하고 더 취약하다. 패러디에 창녀로 등장하는 여성들, 상스런 욕설로 성적 모욕을 당해야 하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진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많아질수록 비판받을 일도 많아지는데, 여성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 때는 ‘성적 비하’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공격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뿐인가. 성관계, 성폭행 동영상의 유포, 음란 사이트, 누드 콘텐츠 등. 사이버 공간의 여성들은 오프라인 공간의 여성들보다 전혀 자유롭지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더 악의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다.
호주제 폐지, 성매매 불법화,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우리의 페미니즘이  사이버로 가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IT기술 혁명이 가져다 준 축복을 충만하게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디지털 페미니즘’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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