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자운동 역설하는 고정갑희 한신대 교수

“성매매를 성노동이라 칭하면 여성들은 보다 주체적 의식을 지니게 될 것이다. 그것이 탈성매매가 되든, 성매매를 유지하는 길이든 간에 지금보다 주체적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성매매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없다. 이들을 무조건 범법자로 몰 것이 아니라, 이 일에 대한 적절한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
2005 국제포럼, 세계여성학대회,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 출범식, 세계여성행진 등을 통해 ‘한국에서의 성노동자운동의 필요’를 역설, 주목받고 있는 고정갑희 한신대 영문과 교수(‘여/성이론’ 편집주간)의 주장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성매매 여성들이 성노동자라 불려야 하는 이유는.
“노동이란 단어는 성매매의 비범죄화와 직결되는 것이다.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피해자·범법자’에서 벗어나 저항하고 방어하는 주체가 되어 주체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성노동이란 단어가 필요하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치조직이나 조합까지 만들 수 있다. 노동자로서 만든 자치조직을 통해 건강권, 생존권, 노동권을 확보하는 것이 성노동자운동의 목적이다”
- 성매매의 비범죄화 주장과 성노동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는 입장부터가 남성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성 상품화를 보호하는 것 아닌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노동자운동을 ‘남성들의 성매매 옹호’와 결부한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의 성욕론은 항상 거론돼 왔다. 남성들의 성매매를 지속시킨다는 측면에서 성매매 근절론이 나왔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이 힘들어지고 있다. 그 무엇보다도 먼저 성노동하는 여성들을 생각해야 한다. 남성들의 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해야 한다”  
- 성노동자들의 노동권, 생존권 쟁취를 위해 성계급적 모순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계급이란 무엇인가.
“성계급이란 남성·여성으로 나뉜 젠더(gender)계급과 섹슈얼리티(sexuality)의 위계화를 포함한다. 섹슈얼리티를 계급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더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섹슈얼리티 위계는 확실히 존재한다. 정숙한 아내와 ‘매춘부’를 나누는 것이 우리의 사회다. 이 위계적 차이는 가부장적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인데, 여성들도 그 가부장적 위계를 따르고 있다. 여성을 억압해 왔던 가부장적 모순과 함께 이런 여성 안의 차별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 성노동자운동 이론의 기본이다”
- 성매매의 비범죄화란 자칫 ‘공창제’를 의미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성매매를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 외 성매매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 엄하게 처벌한다는 공창제와 성매매 비범죄화는 그 출발점이 다르다. 결국 그렇게 되면 사창들에게 가해지는 억압은 피할 수 없다. 집결지뿐만 아니라 엄청난 범위의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까지를 포함하여 성노동자로 인정하고 성산업의 모순을 타파해나가기 위해서 공창제가 아닌 비범죄화가 필요하다”
- ‘성노동’이란 용어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당신의 의지나 행동 반경을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많은데,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이론적인 연구를 더 할 예정이다. 성계급, 성자본, 성노동과 성장치에 대한 이론화를 해나갈 예정이다. 성노동 여성들이 사회에 그들의 얼굴을 그냥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다른 관점에서 성노동을 주장하는 쪽에 이용당할 여지도 있다.
“나의 관심은 성노동하는 여성들이다. 성노동자 여성들의 조직은 여성들이 만든 조직이다. 그리고 그것을 운동으로 만들어 갈 사람도 성노동자 여성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주체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사주 당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그들이 어떻게 주체적이 될 것인가? 이용당할 우려를 하면서 만나지 않기보다는 그런 모든 가능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노동자 여성들과 먼저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만나는 것이 여성들을 이런 저런 이유로 갈라놓은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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