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 경계·한계 초월한 전야제

6월 19일 서울 경희궁에서 열린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전야제는 세대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여성의 문제와 발전과제를 공감하는 축제로 지러져. 서울시 주최로 마련된 행사에 장필화 대회 조직위원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김애실 국회 여성위원장, 이혜경 여성학회장, 이경숙 열린우리당 등 국회의원을 비롯해 1500여 명이 참가해 만찬과 축하공연을 만끽.

장필화 대회 조직위원장의 인사에 이어 마련된 퓨전 연극 퍼포먼스 ‘그녀가 온다’는 전통 무용과 음악으로 구성, 한국의 끼를 선보여. 보편적 형식을 탈피, 장애 무용인들을 전면에 배치한 작품은 역동적 몸짓과 과감한 구성으로 관심을 집중. 또 공연자들은 무대를 한정짓지 않고 객석을 누벼 외국인 참가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 안숙선 명창과 국립창극단의 ‘뱃노래’가 끝나자 퍼포먼스의 주인공들과 참가자들이 어울려 춤을 추며, 한껏 고조된 분위기에서 전야제 막 내려.

… 힘과 아름다움, 지혜의 ‘여성학 올림픽’ 개막

허공을 가르는 울림, 얇게 드리운 삼베 장막 위로 한국의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스치고. 붉은 해와 푸른 물결이 빠르게 지나가자 장막 안 여인이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녀의 어깻죽지에 날개가 돋아나면. 서서히 움직이는 그녀의 날개.

이어 울리는 ‘둥 둥 둥’ 북소리에 맞춰 스크린에는 81년 제1회 대회부터 주제와 개최국이 소개되고 2005년에 이르러 화면은 서울 한복판에 멈춘다. 디지털 아트와 전통 음색, 화려한 몸짓으로 꾸며진 제9회 세계여성학대회 개막식이 20일 오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렸다.

장필화 조직위원장은 “다양한 환경에서 온 능력 있고 열의 넘치는 여성학자들이 동서남북 경계를 넘어, 법과 인권 종교 문화 사회 과학 등 전 지구적 의제를 논하는 기회”라며 개회사. 명예대회장인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유엔이 제정한 여성의 날 30주년인 올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여성학대회를 개최하게 돼 영광”이라며 감회.

개막식에는 마릴린 사피어 초대 세계여성학대회 조직위원장, 김애실 국회 여성위원장,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이혜경 한국여성학회장,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등도 참석, 한 목소리로 대회 주제가 ‘Embracing the Earth’ 합창. 한편 이화여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거투르드 몽겔라 범아프리카의회 의장은 기조연설 마련.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는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여성주의 리더십, 빈곤, 환경, 문화, 젠더와 과학, 종교, 농업 등에 대한 토론 등을 비롯해 23일 페어웰 페스티벌, 24일 폐막식 개최.

… 각 언론사 취재열기

역대 대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진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를 담아내기 위한 취재 열기가 후끈. 국내외 언론 관계자들은 대회에 참석한 내빈들과 일반인들의 모습을 스케치. 총회와 공식 기자회견 이외의 분과 토론에도 직접 참가하는 등 열의. 방송과 신문들은 여성대회 사상 전례 없는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며 대회의 위상 입증.

…여성학 대회 ‘솔리대리티 펀드’로 자매애 과시

제3세계 여성들의 대회 참석을 지원하는 ‘솔리대리티 펀드’가 눈길.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조직위원회 측은 이번 대회에서 총 130명의 참석자들에게 솔리대리티 펀드를 지원.

지원자를 심사한 조옥라 국제위원회 위원장은 “유엔의 지표에 따라 국민총생산(GNP)이 일정 수준 이하에 속하는 국가의 지원자들과 섹션별로 발표자가 적은 나라의 지원자들, 아시아 지역의 지원자들이 많이 포함되도록 했다”고 선정 기준 밝혀. 또 함께 심사한 윤형숙 국제위원회 위원은 “25년 전 미국에서 함께 공부한 태국인 친구가 경제적인 사정으로 대회 참석을 망설이다 남자 친구와 함께 솔리대리티 펀드를 지원받아 이번 대회에 참석했다. 너무 반가웠다”고 소감.

… 참가자들의 아낌없는 격찬

대회에 참가한 여성학자·여성운동가들은 “대회 규모와 충실한 물량 지원이 ‘국제대회’라는 타이틀을 빛냈다”며 격찬. 조직위는 가방과 문구 등 기념품을 전 참가자에게 지급한 것을 비롯해 소규모 토론에도 음료와 자료들을 비치, 참가자들의 편의 도모.

… 여성학자들 반가운 조우, 우의 다져

여성학자들에게 인종과 국가 초월한 친구들과 해후하는 기회 제공. 2500여 명의 참가자 중 대부분은 매 대회에 참가, 서로 친분을 쌓은 사이. 이들은 안부를 묻거나 서로의 연구 발표에 관심을 기울이며 친분 다져. 학문행사를 넘어 우정의 장 마련.

… 페어웰 페스티발

세계여성학대회 조직위는 23일 오후 8시 'We are sisters'라는 주제의 페어웰 페스티발(폐막제)개최. 캐나다 가수 레베카 캠벨의 대회주제가 'Embracing the Earth(경계를 넘어)' 독창으로 시작된 대회에서 각국 대표들은 고유 의상과 문화행사를 펼치며 우의를 다져. 한편 행사 중 1시간 정도 걸쳐 마련된 패션쇼에 대해 참가자들은, "늘씬한 모델들을 배치한 패션쇼는 여성의 체형을 획일화하고 상품화에 반대하는 대회의 이미지와 어긋난다"고 비난. 한 외국인 참가자는 "foolish act"라며 불만 표출.

… '여성학 올림픽'의 화려한 폐막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가 24일 폐막.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이혜경 한국여성학회장은 "동과 서, 남과 북이 하나되는 여성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여성의 눈으로 사회를 분석한 기회"라며 "서구여성학이 아시아, 한국의 여성학과 만나는 계기였다"고 경과보고. 장필화 조직위원장은 "대회의 각 토론과 발표는 새로운 연구의 씨앗을 제공했다"며 "한국에 세계여성학대회 사무국을 세우고, 지속적인 연구를 책임질 것"이라고 포부.

차기 개최국인 스페인 마드리드의 안나 사바트 마르티네즈씨는 "다음 세계여성학대회의 주제를 '일하는 여성들'로 정했다"고 발표.

한편 대회는 "우리 함께 경계를 넘어, 세계를 변화시키자"라는 구호를 우간다, 터키, 이스라엘 등 비 영어권 국가 참자가 16명이 고유언어로 외치며 성대하게 마무리. 참가자 전원과 2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기립 박수를 치며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감사하다"며 포옹.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에는 70개국 2천여 명의 여성학자와 여성 운동가 등이 참가한 가운데 530여 개의 분임 토의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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