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몽겔라 범아프리카의회 의장 만나다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가 한창인 지난 6월 21일 오후 1시 30분 여의도 63빌딩 55층의 한 방에서 의미 있는 만남이 이루어졌다.

세계여성학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아프리카 대륙의 대표 여성 정치인 거투르드 몽겔라 범아프리카의회 첫 여성 의장과 한국의 대표 여성 정치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담소를 나눴다. 두 사람 다 50대 초반에다 일생을 정치에 헌신해 왔고, 탄자니아에서 또 한국에서 ‘첫’ 여성 대통령으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등 공통점이 많은 만큼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대담이 진행됐다.

대선 출마, 여성문제와 복지, 여성 정치진출 방안, 세계 평화 등 폭넓은 주제를 넘나들며 진행된 대담 내내 몽겔라 의장은 개막식에서 화제가 된 (의사 결정과정에서 여성이 최고의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 “이젠 여성이 비행기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는 그의 말을 방증이나 하듯 여성 정치리더십에 대한 강한 확신과 자신감을 표출하며 박근혜 대표를 격려했다. 이에 박 대표는 일상에서 차곡차곡 쌓인 정치 역량이 결국 대권의 길로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평소의 신념을 차분히 피력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험난한 길을 가야 하는 여성 정치인의 현실에 대해 강한 공감을 표시했다.

이 밖에도 박근혜 대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 관련 법안, 여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성폭행범에게 전자팔찌(전자위치확인제도)를 채우는 법안,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부부공동재산제의 연구 보완을 통한 입법화, 그리고 결혼과 육아로 인한 여성 경력 단절을 해결해 줄 재취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 등을 소개했다.

몽겔라 의장은 아프리카 독립운동에 여성이 많이 참여함으로써 정치 진출은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지만, 여성이 아직은 남성 밑에 있다는 식의 문화적 편견과 관습,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기회의 평등과 경제적 힘을 가지는 것, 그리고 높은 사산율과 에이즈에 대한 무방비 등 의료보건의 문제 등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배석한 ‘여성신문’이 두 사람의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박근혜(이하 박):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범아프리카의회의 첫 여성 의장이 된 당신은 탄자니아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선에 출마할 계획인가.

거투르드 몽겔라(이하 몽겔라):나는 그런 질문을 아주 자주 받는다. 특히 언론이 많이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웃음). 한마디로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나의 정치리더십에 대해 자신한다. 더구나 내가 속한 정당이 현재 다수당이기에 현실적인 가능성도 큰 편이다. 그러나 우선 순위는 아프리카 53개국 의회를 대표하는 범아프리카의회 의장 업무다.

만장일치로 선출됐고,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시간 할애와 함께 집중력과 강한 의지가 요구되고, 할 일도 아주 많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 안 나간다. 만약 이번 대선에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사람이 나와 다른 정책을 추진한다면, 음…다음 대선에 출마할 것이다. 단, 탄자니아 대통령은 중임제이기에 그 때쯤 되면 내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을까 걱정이다(웃음). 당신은 어떤가.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과 아프리카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여성은 안 된다, 여성은 강한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기존 편견을 깰 수 있기에. 세계 정상들이 대부분 남성이기에 이 남성들이 여성 입장을 대변해 말해주는 셈인데,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그래서 여성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하다.

박:현재 야당 대표지만, 아직은 정식 대선 후보는 아니다. 한나라당은 두 번이나 대선에 실패했기에 어떻게 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가 우선이다. 그래서 다음 대선에서 우리 당에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 힘을 더하고 있다. 대표로서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결국 당을 키우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대선 후보로 준비하는 것이 따로 있지 않으냐는 질문도 받는데, 그럴 때마다 왕명학과 관련된 일화를 떠올린다. 수련을 하던 제자가 고향에 일이 있어 수련을 중단하고 잠시 내려가 봐야겠다고 하자 스승이 “이제까지 무엇을 배웠나? 일상이 전부 수련이다”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대선 후보가 되느냐, 마느냐와 관계없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

몽겔라:좋은 리더십이란 사람들의 강력한 지지에서 나온다. 여성도 기회가 주어져 지도자가 되면 남성 못지않게 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여성 지도자라 해서 여성문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작은 이슈부터 큰 이슈까지 접근하면서 여기에 여성문제가 보태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새로운 방법, 새로운 스타일의 지도력을 갖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세계 지도자들 대부분은 남성이어서 인류 전체를 대변하지 못 한다. 나 역시 베스트(best)고 당신 역시 베스트인데, 그 대열에 끼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박:여성이라서 더 장점이 있다기보다는,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을 따로 떼어 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잘 살게,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게 하는 것이 정치의 최종 목표다.

이를 초월하는 정치 이념이 있겠는가. 법치주의에 기반한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고 사회 약자를 보호하며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엮어 그늘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한 국가경쟁력을 키우려면 외교와 경제를 잘 해야 하는데, 이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 남녀가 따로 있겠는가.

몽겔라:서로 정치 현장에 오래 있었던 만큼 여러 가지로 비슷한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 같다.

박:불과 6년 전 총재단 선거에 출마해 부총재가 되겠다고 했더니 남성 의원들이 ‘여성’은 임명직인데 굳이 어렵게 선출직에 출마하려 하느냐고 했다. 그런 편견이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젊은 여성들도 실력을 쌓고 노력하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이것이 바로 세계적인 추세라 생각한다. 사실 세계적 추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라는 별로 없지 않은가.

현재의 야당 대표가 된 것은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됐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떤 원칙과 소신으로 일하며 약속을 지켜내느냐,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정치를 할수록 합리적 판단이 소중히 생각된다. 이런 것을 통해 국민이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몽겔라:여성 정치인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은 선출이 되더라도 과연 그 여성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회의다. 그래서 스스로 흔들리지 않을 내공이 중요하다. 다음으론 남성 정치인들이 상대적으로 정치, 경제적으로 유리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여성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역엔 생소한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 면에서 남성들의 네트워크를 배울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정치 리더가 마을의 식수를 해결해 줄 펌프를 마련해 주는 등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모두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곤 한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경시하지 말고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빈자에게 자원을 분배하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을 돕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여성 정치인에 대한 사람들의 의구심이 조금씩 가실 수 있을 것이다.

박: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 비례대표 50% 할당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홀수 짝수 순서도 공평하게 지켜 여성 비례대표 50% 할당을 한 결과, 16대 총선 당시 여성 의원 비율이 6%도 채 못 됐던 것에서 현재의 1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지난 국회보다 상당히 발전했고, 여기에 여성할당제가 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 17대 국회에 진출한 여성 의원들이 보여준 역량도 뛰어나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여성할당제를) 뒷받침해 줘야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는 특히 여성들에게 유리하다.

한국 정치 전체가 민생 위주의 생활정치로 가고 있고, 이 면에서 여성들의 활발한 활동이 요구되고, 또 기대되고 있다. 궁극적으론 국민이 여성 정치인들을 보면서 능력과 성실성 면에서 (남성 의원들보다) 좀 더 높게 평가할 때 여성들은 굳이 할당제에 의지하지 않고도 선출직에 많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몽겔라:남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리더십’이란 증명서를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정치에 진출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좀 더 당당하게 속말을, 자신의 의사를 겉으로 표현해 주길 바란다. 자신이 베스트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난 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 세계여성회의에 참석한 많은 여성이 의사 결정구조에 최소한 여성 30%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정도면 여성들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여성의원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고, 르완다의 경우 40%를 넘어 50%에 육박하고 있다. 여성의원 비율이 50%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지난번 중국과 미국을 방문하며 북한 핵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갈등 분열이 많은 세상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세계 평화를 논의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조화와 포용이니까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 협력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몽겔라:북핵 문제를 비롯한 평화안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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