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공부

내가 아는 어느 신사 분은 중1 아들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친다고 한다. 사업을 하느라 시간 내기가 쉽지 않지만 1주일에 두 번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은 꼭 지킨단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집에 와서 아들을 가르치고 다시 나간 적도 있고, 친구와의 약속일 경우에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놓고 아들을 가르친 후 다시 친구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아들과 자기를 연결하는 끈이 가늘어지는 것 같아 그 끈을 좀 더 단단하게 하고 싶어서란다.

나도 중2가 된 딸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 지 4년이 넘었다. 학원이나 과외는 큰 부담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했고, 딸과 일대일로 얼굴 마주하고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서였다.

나의 수업의 이름은 ‘Eng

lish with Mom’.

딸의 수준에 맞는 사이트를 인테넷에서 찾아 함께 듣고, 읽고 일정 분량의 단어와 문장을 외우게 하고 영어로 된 교과서를 함께 읽는 것이 전부다. 컴퓨터를 켜 놓고 책상에 앉아 둘이 함께 공부를 시작하다 보면 딸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호시탐탐 삼천포로 빠지려 하고 나도 어느새 말을 거들다 딸보다 더 심하게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

어느 날은 공부보다 수다(?) 떨다 시간을 다 보낸 날도 있지만 그 수다의 맛이 얼마나 달콤한지 공부고 뭐고 다 관두고 실컷 이야기만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딸도 나와 수업 중에 수다 떠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한다. 보통 때의 대화에서는 엄마가 뭔가를 지시하는 말이 대부분인데 공부할 때는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한단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나는 딸이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고 모르고 있던 성격의 일면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나 혼자 누리기(?)에 아까워서 남편을 설득하여 일주일에 3시간만 내어 딸아이 수학을 가르치라고 했다.

일주일에 168시간 중 딸만을 위해 내는 시간은 겨우 3시간. 하지만 이 3시간은 남편에게는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Math with Dad’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저녁 시간이 되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일찍 들어 오냐고 확인하는 딸아이의 얼굴은 아빠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위에서 말한 신사 분의 열성에 비하면 남편의 성의는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꾸준히만 할 수 있다면 기대 이상의 것을 얻으리라 확신한다. 남편에게나 딸에게나.

사실 일주일에 3시간이건 5시간이건 아이만을 위해 내는 이 시간은 사실 쉽지 않다. 비싼 과외비의 거래가 없어서인지 서로의 의지가 조금만 해이해지면 ‘휴강’이 되기 일쑤고 그에 대한 죄책감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강제성 없이 공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많은 부모가 학원이나 과외를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그래도 난 고집스럽게 내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이 노력이 현실적으로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나 공부하라고 명령만 하는 부모보다는 함께 공부하며 시간을 나누는 가운데 아이와의 끈을 단단히 하는 그런 부모이고 싶다.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