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학자 칼럼]

살면서 버려야 할 것이 너무 많지만 꼭 우리가 끌어안고 절대로 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내일이면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하는 기대로 부풀어 살게 하는 미래에 대한 꿈이다. 살다 보면 이러저러한 일들로 인해 제쳐놓기 쉬운 부분이 바로 지속적인 꿈을 꾸는 것이다. 꿈이란 어린아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어서 살면서 나에게 스스로 체크해야 하는 것이 내 꿈이 아직도 온전한 것인가라는 부분이다.

여성 과학자들은 1인 다역을 해내는 참으로 인생에서 어려운 역할을 맡은 연기자와 같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한 곳의 성과가 부진해질 수 있어서 늘 동동거려야 한다. 스스로를 채찍질 하다가 지치기를 몇 번, 정말 힘들다고 생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때 늘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꿈이다. 꿈이란 허황된 것일수록 좋다. 목표를 높게 잡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고 그에 따른 실행 계획이 자세히 세워지기 때문이다. 가끔씩 연구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생각할 때는 연구에 대한 꿈 목록을 펼쳐 보아야 한다. 이러하기에 나의 꿈 목록은 반드시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펼칠 수 있는 꿈의 목록은 개인적일 수도 있고, 가족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연구에 대한 것 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조금은 엉뚱할 수도 있는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돈에 내 얼굴이 새겨지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일 내 얼굴을 쳐다보며 살아가는 상상은 어떠한가? 꿈은 허황될 수 있지만 꿈을 꾸는 그 시간만큼은 우쭐해질 수 있으며 꿈이 목록으로 정해지는 순간 내 머리 속은 일사불란하게 앞으로의 계획으로 가득찬다. 심지어는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한다. 이렇듯 내가 지쳐 있을 때 나아가야 할 원동력이 바로 내가 가진 꿈의 목록들이다. 잊고 살다가도 지치고 힘이 들 때 꿈의 목록들을 펼쳐 볼 때야말로 전진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으며 미래가 있다. 과거의 사진첩을 들여다보면서 “나도 이러한 시절이 있었지” 하고 회상하면서 잠시 설레는 것처럼 잊고 있던 꿈의 목록을 펼쳐보고 다시 한번 스스로를 추스를 때는 길을 벗어난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를 살면서 과거를 반성해보고 근사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은 근사한 미래를,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자는 행복한 미래를 허락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조적으로 진행해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볼 때마다 힘이 빠진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면 스스로 만점을 주며 사는 사람은 드물다. 이러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수 있는 엔도르핀의 원천은 바로 내가 나의 꿈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적인 감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오늘보다 더 멋지고 신명나는 미래를 위하여 한번쯤은 꿈의 목록을 지금 바로 이 시간 뒤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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