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회 - ‘미술로 말하는 신체와 패션-신체의 꿈’전

패션은 신체를 구속하는 동시에 아름답게 표현하는 도구이다. 신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시대의 패션과 미술 작품을 소개해 패션을 문화사적으로 접근하려는 전시회가 열려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6월 15일부터 7월 31일까지 ‘미술로 말하는 신체와 패션-신체의 꿈’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99년 일본 교토복식문화연구재단이 교토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었던 ‘신체의 꿈: 패션 또는 보이지 않는 코르셋’전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20세기의 패션을 ‘신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패션 디자이너의 실험적인 작업물과 미술가의 작품을 대치시켜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았던 행사를 재구성한 것. 6년 만에 무대를 한국으로 옮기면서 99년 이후 최근까지의 패션 및 미술 동향에 맞췄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 중인 신진 미술가들의 작품을 추가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의상 92점과 작가 13인의 미술 작품 25점 등 총 120여 점이 소개된다. 의상은 장 폴 고티에, 비비안 웨스트우드, ‘구치’의 톰 포드, ‘크리스찬 디오르’의 존 갈리아노, ‘지방시’의 알렉산더 매퀸, 돌체&가바나, 파코 라반 등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포함한다. 미술품을 출품한 작가는 울프캉 틸만스, 신디 셔먼, 야나 스테르박, 야나기 미와 등이며 한국작가 이불, 최규, 이형구도 참여한다.

전시를 주최한 교토복식문화연구재단의 후카이 아키코 수석 큐레이터는 “패션은 20세기 말부터 미술에서 흥미로운 주제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패션이 신체를 어떻게 억압해왔고 동시에 외부와 소통의 장이 되어 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개최 의도를 밝혔다.

전시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제1부 ‘프롤로그: 만들어진 신체’에선 패션에 구속된 인간, 특히 여성의 신체를 표현한다. 몸의 형태를 인공적으로 변형시키기 위한 코르셋, 크리놀린 등의 속옷은 여성들만 입었던 것으로 옷이 남성에게 보여주기 위한 신체를 만들어냈음을 보여준다. 패션의 성차별을 다룬 야나 스테르박의 크리놀린으로 만든 작품 ‘리모트 컨트롤 1’을 함께 전시한다.

제2부 ‘본편: 신체와 패션의 새로운 위상’은 1906년 폴 포와레의 ‘코르셋 포기’ 선언 이후 자유를 얻은 신체를 위한 패션을 소개한다. 패션 디자인은 다양해졌지만 보다 아름다운 옷을 입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이상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으로 사람들은 또 다른 구속에 빠지는 아이러니를 겪는다. 또한 다양한 표현 방법의 유행으로 옷뿐 아니라 화장, 문신, 피어싱 등도 패션의 소재가 된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 이미지로서의 패션’에서 보여지는 패션은 의상이 아니다. 옥외에서 곰팡이에 의해 부패되는 신체와 패션을 표현한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설치작업 기록, 크로마키 블루 기법을 이용한 빅터&롤프의 2002년 파리컬렉션 패션쇼 영상 등 충격적인 작품이 소개된다. 블루 스크린 앞의 모델들에게 파란 옷을 입힌 후 여러 가지 색의 빛을 쏘아 의상의 색이나 패턴이 소재 고유의 것이 아닌 자의적인 것임을 표현한다.

문의 02-2124-8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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